구글에서 '이스타신청'을 검색하자 대행 업체의 웹사이트가 가장 상단에 나타났다.
구글에서 '이스타신청'을 검색하자 대행 업체의 웹사이트가 가장 상단에 나타났다.
'ESTA apply'를 검색할 때는 미국 정부의 공식 사이트가 정상적으로 나타났다.
'ESTA apply'를 검색할 때는 미국 정부의 공식 사이트가 정상적으로 나타났다.
"구글에서 검색했는데 낚시 사이트가 맨 위에 나오는 게 말이 됩니까."

직장인 최선영 씨(34)는 올해 여름휴가를 미국 뉴욕에서 보내기 위해 미국 정부의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발급받으려다 190달러를 날렸다. 구글에서 관련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광고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나온 웹사이트가 미국 정부의 공식 사이트가 아닌 해외 대행사의 사이트였던 탓이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구글에서 ESTA 관련 내용을 검색할 경우 대행업체의 유사 사이트가 먼저 나와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STA는 미국 정부의 비자면제프로그램 가입국 국민들이 90일 이내로 미국을 방문할 때 미국 국토안보부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지정된 질문에 답변을 입력한 뒤 심사를 거쳐 여행 허가를 발급받는 제도다. 미국 여행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ESTA 발급 대행업체의 사이트 모습.
ESTA 발급 대행업체의 사이트 모습.
최 씨는 구글에서 '이스타 발급'이란 검색어를 입력했다. 검색 결과 가장 위에 나온 사이트에 접속했다. 클릭하자 제복을 입은 출입국 관리원의 모습과 함께 ESTA 신청하기 버튼이 보였다. 최 씨는 신청하기 버튼을 누른 뒤 필요한 정보를 모두 입력하고 결제 정보까지 마쳤다. 곧이어 카드 회사에서 190달러가 결제됐다는 알림 문자가 날아왔다. 원래 ESTA 발급 수수료는 14달러다.

놀란 최 씨는 접속한 사이트를 다시 확인했다. 사이트 하단에 작은 글씨로 쓰인 "이 웹 사이트는 개인 회사인 sweet startup ltd가 소유하고 운영합니다. 우리는 정부나 대사관과 제휴하지 않습니다"란 글을 보고서야 공식 웹사이트가 아닌 대행업체의 홈페이지란 사실을 깨달았다. official-esta란 이름을 쓰는 이 업체는 한국어 외에도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16개국 언어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
미국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
구글에서 '이스타 발급' 대신 'ESTA'를 입력해도 대행업체의 사이트가 나왔다. 'ESTA apply'를 검색하고 나서야 맨 윗줄에서 미국 국토안보부의 공식 사이트를 볼 수 있었다.

반면 국내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에선 '이스타 발급', 'ESTA'를 검색하면 공식 사이트가 가장 먼저 나왔다.

최 씨는 "원래 수수료의 10배 이상 돈을 날렸다는 사실도 억울하지만, 정체도 모르는 업체에 개인정보를 줬다는 점이 더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구글코리아 측은 "검색 결과는 검색어와의 관련성, 인기도 등을 기준으로 페이지 내 게재 순위가 결정된다"고 답했다.

구글은 2018년에도 업비트, 바이낸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를 검색할 때 비슷한 이름의 피싱 사이트를 최상단에 보여줘 논란이 됐다.

이승우 기자/뉴욕=강영연 특파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