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00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을 설립하는 등 일찍이 인도를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생각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대부분의 해외 운용사가 인도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남았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에서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도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박 회장의 의지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16년 기다린 박현주 '인도주식 직구' 길 연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인도 센섹스지수는 1년간 58% 하락했다.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던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곤두박질친 수익률 때문에 철수하거나 현지 운용사와 합작 형태로 전환했다.

박 회장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을 유지해 나가는 길을 택했다. 이후 인도 경제가 모디노믹스(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시장 정책) 등에 힘입어 가파르게 성장하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의 성과도 가시화됐다. 2017년 3조3000억원 규모이던 인도법인 수탁액은 지난달 기준 16조9000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은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썼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임직원 214명 가운데 한국인은 한 명뿐이다.

어려울 때 떠나지 않은 덕분에 인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신뢰도 얻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이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은 배경이다. 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인도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미래에셋은 증권사 인도법인을 통해 인도 부유층을 겨냥한 웰스매니지먼트, 부동산 및 우량기업 대상 대출, 인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법인 영업 위주이던 사업 범위를 소매 금융까지로 늘렸다. 인도에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엠스톡(m.Stock)을 내놓기도 했다.

인도 IT, 은행주 ‘주목’

미래에셋증권이 국내에서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도 박 회장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글로벌 증시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과실’을 국내 투자자도 따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최근 1년간 19.47% 상승했다. 미국 나스닥지수(11.48%)와 S&P500지수(4.95%), 독일 DAX지수(-8.38%), 한국 코스피지수(-15.73%), 홍콩 항셍지수(-25.72%) 등 주요국 지수와 비교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예정대로 올 하반기에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면 세계 최초로 인도 외 지역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가 될 전망이다. 인도는 외국인 지분율을 24%로 제한하는 등 증시를 완전 개방하지 않다가 지난해 이 같은 규제를 풀었다. 인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이후 아직 해외에서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없다.

미래에셋증권이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면 미국 중국에 쏠려 있는 ‘서학개미’의 투자 종목이 인도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는 정보기술(IT) 강국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T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CS, 인포시스, 와이프로는 인도 IT기업 ‘빅3’로 불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 회사의 시가총액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두 배 증가한 330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인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2260억달러)다. 인도 최대 민간기업인 릴라이언스는 에너지와 통신을 주력으로 한다. 시총 3위와 5위인 HDFC은행(1080억달러) ICICI은행(690억달러) 등 은행주도 인도 증시의 강자로 꼽힌다. 인도 자동차 제조업체 마힌드라&마힌드라도 인도 증시의 인기 종목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