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반기를 든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김 총장과 전격 면담했다. 문 대통령이 관련 입법을 공식화한 민주당과 이에 맞서 집단행동에 나선 검찰 사이에서 중재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절차에 착수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金 총장 사표 제출 하루 만에 면담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총장과 청와대에서 만나 검수완박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 앞서 전날 김 총장으로부터 제출받았던 사표도 반려했다.

김 총장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지난 15일 “지금은 국회가 논의해야 할 시간”이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전했다. 김 총장은 결국 지난 17일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히고 잠적했다. 이에 이성윤 서울고등검찰청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등 고검 수장들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여는 등 검찰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더욱 거세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청와대는 이날 전격적으로 문 대통령과 김 총장의 면담 일정을 확정했다.

김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에 ‘국회 논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4월 국회 아니면 기회 없어”

민주당은 검찰을 비롯한 각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를 위해 이날 오후 7시 소위를 소집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법안과 관련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정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의석수 등이 다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규정 등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번주 법사위에서 법안을 의결하고 다음주 초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 3일 공포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간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상정되지 않은 관련 법률을 (소위에) 직회부하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민주당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 방해) 등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검사들도 단체행동 움직임

검찰의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대검은 20일까지 일선 현장의 모든 검찰 구성원으로부터 의견을 모아 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검수완박 반대를 담은 단체 호소문을 보내기로 했다.

평검사들도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이다. 전국 평검사 대표 150여 명은 19일 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현직 검사 2000여 명이 집단 반발에 나설지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관들도 검수완박 저지 행렬에 동참했다. 지난 17일 긴급회의를 연 수도권 검찰 사무국장들은 입장문을 통해 “검수완박이 현실화하면 수사업무뿐만 아니라 형 집행 및 범죄수익 환수 등 검찰 고유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호소했다. 전국 검찰에서 근무 중인 수사관은 6200여 명이다.

임도원/김진성/설지연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