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경쟁력 47위' 한국 대학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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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 85%가 사립대
수입 55%를 등록금에만 의존
정책 지원…'법인'도 기여 늘려야
박성완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수입 55%를 등록금에만 의존
정책 지원…'법인'도 기여 늘려야
박성완 논설위원 겸 경제교육연구소장
![[박성완 칼럼] '경쟁력 47위' 한국 대학의 자화상](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07.20124489.1.jpg)
대학교육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찾을 수 있겠지만 결국 재원 문제다. 좋은 교수를 모셔 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좋은 시설에서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엄청난 속도의 기술 변화를 좇아가는 데만도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대학, 특히 지방 사립대는 투자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전등을 끄면서 학교 지출을 아낀다는 ‘웃픈’ 얘기들이 나온다. 근본적인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다. 게다가 주요 수입원인 등록금이 2009년 이후 동결돼 대학 재정은 더 크게 악화했다.
또 많은 대학이 생존 위기에 처한 이유 중 하나가 대학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정부의 ‘원죄’도 있다. 대졸자 수요가 늘자 정부는 1996년 교지(학교 땅),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대학 설립을 인가해주는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2013년 폐지됐지만, 그사이 사립 대학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우리나라 사립대 재정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등록금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대학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5%(2020년 기준)에 달한다. 반면 학교법인이 수익용 자산을 굴려 대학을 위해 쓰는 전입금은 4~5%에 불과하다. 사립인데도 정부 지원금(15~30%) 비중이 훨씬 높다.
대학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초는 재정 건전성과 자율성이다. 14년째 동결된 등록금 책정은 이제 대학 자율에 맡길 때가 됐다. 대신 학교가 등록금을 올린다면 학생들을 위한 투자에 쓰도록 해야 한다. 학교법인도 하나의 ‘기업’인데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 전입금, 예를 들어 교직원연금 부담금까지 학생 등록금으로 메우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교육에 의지가 있고, 활로를 찾기 위해 자구노력을 하는 대학은 사립이라도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자생력이 없는 대학은 인수합병(M&A)이나, 다른 방식으로 퇴로를 찾게 해야 한다. 대학 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대학법인이 보유재산 투자수익률을 높여 학교에 더 기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새 정부의 교육부가 할 일은 대학 운영에 대한 시시콜콜한 간섭이 아니라 이런 큰 틀의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