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청소년재단, '4·29 LA폭동 30년 기념 정체성 세미나' 개최
지미 고메즈 연방 하원의원 "한인 청소년, 암흑 세계의 등대 지킴이"
LA폭동 30년 앞두고…한인청소년들 "진상 규명보다 화합" 모임
재미동포 청소년들이 4·29 로스앤젤레스(LA) 폭동 30주년을 맞아 화합의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부를 둔 화랑청소년재단(총재 박윤숙)은 16일(현지시간) LA한국교육원 강당에서 재단 소속 청소년과 대학생 250여 명이 참가한 '4·29 LA 폭동 30주년 기념 정체성 세미나'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행사에는 김영완 LA 총영사를 비롯해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 데이비드 김 변호사, 지미 고메즈 연방 하원의원, 미치 오페럴드 LA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 폭동은 교통 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분노한 흑인들이 LA 도심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와 폭력과 약탈,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다.

흑인들의 분노는 한인 슈퍼마켓에서 흑인 소녀가 총격으로 사망한 이른바 '두순자 사건'과 맞물리면서 한인에게 분출됐다.

당시 LA 도심에 있던 한인 상점 2천300여 곳이 약탈·방화 피해를 봤다.

한인 1세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재로 변한 사건이다.

세미나는 박윤숙 총재의 개회사, 김영완 LA 총영사의 축사, 지미 고메즈 연방 하원의원·제임스 안 LA 한인회장·미치 오페럴도 LA 시의원·리처드 김 검사·데이비드 김 변호사의 강연 등으로 진행됐다.

LA폭동 30년 앞두고…한인청소년들 "진상 규명보다 화합" 모임
박 총재는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후 세계 10위 강국, 주요 7개국(G7)으로 성장한 오늘의 청소년들이 대한민국 미래자원이자 후예로서, 이 땅의 리더로서 민족적·문화적·역사적 자긍심을 갖게 하는 자리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총영사는 "밝은 미래를 향한 차세대 한인 청소년이 만든 자리에 초청돼 미래 재미동포 사회의 희망을 봤다"고 축사를 했다.

코리아타운을 지역구로 둔 지미 고메즈 의원은 세미나를 준비한 한인 청소년들을 "암흑세계의 등대 지킴이와 같다"고 칭찬하면서 "고통을 기억하며 한인 역사를 인식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고 규정했다.

한인타운이 포함된 LA 13지구 시의원 미치 오페럴도는 LA 폭동 당시 한인타운이 불타고 강탈당하며 한국인들이 고통받는 광경을 지켜봤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30년이 지난 오늘, 청소년들이 4·29 폭동의 사실 규명보다는 화합을 위해 이 세미나를 마련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임스 안 회장도 "당시 여러분과 같은 또래의 부모님들은 총을 들고 지붕 위에 올라 사업장을 지켰다"며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그 기억은 단결만이 불공정한 행위의 집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34지구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는 데이비드 김 변호사는 "이민 1세가 지키고, 일궈 놓은 한인사회를 차세대인 우리가 가꾸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소수민족으로 힘이 없어 고통받았던 1세대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차세대들이 그런 아픔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미래에 다가올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재외동포재단, LA총영사관 후원으로 열렸다.

화랑청소년재단은 2006년 한인 청소년들에게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신라 때 청소년 수양 단체인 '화랑'을 본떠 출범했다.

현재 11개국 55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6천600여 명의 청소년과 대학생이 활동한다.

LA폭동 30년 앞두고…한인청소년들 "진상 규명보다 화합" 모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