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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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신차 품귀 현상 속에 개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를 저렴하게 산 뒤 실구매 금액에 웃돈을 1000만원 이상씩 붙여 중고차로 되파는 사례가 나온다.

‘신차급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차량 모델에 따라 신차 출고를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데다 최근 전기차 가격까지 인상됐다.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고 웃돈까지 붙여 파는 ‘꼼수’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는 것이다. 구매자 입장에선 그래도 신차보다는 싸고 차량도 바로 받을 수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고된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무옵션)가 온라인 직거래를 통해 팔렸다.

작년 5990만원에 모델3 롱레인지를 계약한 차주 A씨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따라 국비·지방비 포함 보조금(인천시 기준 1060만원)의 절반을 지원받아 실구매가 약 5400만원에 차를 샀다.

차주의 희망 판매가격은 6650만원으로, 거래 성사 과정에서 별다른 할인이 없었다면 약 1200만원의 웃돈을 얹어 판 게 된다. 보조금을 받아 저렴하게 전기차를 산 뒤 1000만원 이상 차익을 남긴 셈이다.

A씨는 전기차 구매 후 의무운행기간 2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다른 지역 구매자의 경우 전기차 환수액까지 부담해야 하는 조건을 붙였다. 그래도 현재 모델3 롱레인지 신차 가격(7429만원)보단 저렴하단 설명이다.

때문에 의무운행기간 내에 전기차를 중고차로 팔 경우 보조금을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중고 전기차 가격은 신차 가격에 보조금 혜택 금액, 차량 운행 기간 등 감가상각을 고려해 책정된다. 하지만 최근 공급 지연에 따른 신차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기차를 중고차로 판매하는 쪽이 사실상 ‘갑’이 됐다.

특히 테슬라 차량은 1년새 가격이 크게 뛴 탓에 중고차로 되팔 때 얻는 차익이 커졌다.

최근 전기차 신차 구매를 포기하고 중고차를 알아보는 김모씨(43)는 “되팔 때 보조금 혜택을 제외한 가격으로 팔기는커녕 프리미엄을 붙여 팔고 있다”며 “환수액까지 매수자에게 내게 하는 건 비양심적이지 않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출고 대기 중인 이모씨(61)도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조금 혜택만 빼먹고 되파는 사람들 때문에 피해는 실수요자들이 받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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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의무운행기간 내 전기차를 중고로 내다 팔 경우 국고보조금을 환수하지 않는다. 지자체의 경우 지역별로 다르게 운영한다. 서울시, 인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선 타 지역으로 전기차를 되팔 경우만 운행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조금을 돌려받고 있다. 가령 서울시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은 차를 부산시 거주자가 구매하면 보조금을 토해내야 한다.

세금으로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개인 호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게 비판의 골자. 다만 ‘정책적 차원’에서는 이같은 되팔이는 개인 간 문제일 뿐이라는 평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를 웃돈 붙여 중고차로 파는 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면서 “어쨌든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가 국내에서 운행되는 것이므로 전기차 보급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보조금 지급 목적은 대기질 개선이다. 국비를 지원받은 차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목적은 일단 달성했다고 보는 것”이라며 “한 번 보조금을 받으면 2년간 보조금을 다시 받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