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서울 한 시내면세점의 2017년 당시 풍경(사진=한국경제 DB)
과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서울 한 시내면세점의 2017년 당시 풍경(사진=한국경제 DB)
# 태국 단체관광객들은 이달 12일부터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14·15일)을 찾았다. 인원은 20명이 채 안 됐지만 그동안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외에는 드물었던 해외 단체여행객 등장에 면세점들은 두 손 들어 반겼다. 이달 말까지 약 80명의 태국 단체관광객이 방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소규모 그룹이지만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에 가까워져가는 방증이라 생각돼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유행(팬데믹) 후 발길이 끊겼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일본 여행업계 관계자의 방한 소식과 2년여 만에 첫 태국 단체 관광객 방문에 유통가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1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일본여행업협회(JATA) 임원과 회원사, 항공사 관계자 등 14명이 지난 17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답사여행(팸투어)을 실시한다.

답사단은 서울 인기 관광지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빈센조' 촬영지를 거쳐 관광거점도시인 강릉의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과 하슬라아트월드 등을 방문한다. 이번 방한은 코로나19로 한·일 관광교류가 중단된 지 약 2년 만에 이뤄졌다.
사진=파라다이스시티
사진=파라다이스시티
특급호텔 중에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를 찾았다. 이들 호텔에서는 향후 방한 관광객에 대한 기대감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이번 팸투어가 (일본 관광객의) 한국 여행 관광 시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서울 시내 대형 비즈니스 호텔 중 하나인 롯데호텔서울 역시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고객의 유입으로 점진적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 역시 "이번 답사를 시작으로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해나갈 계획"이라며 "(합작 투자사인)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와 손잡고 현지 마케팅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신세계면세점
사진=신세계면세점
면세점 업계도 코로나19 확산 후 처음으로 태국 단체 관광객이 찾아 고무된 분위기다. 이달 12일 17명의 태국 관광객이 롯데면세점을 찾은 데 이어 14일과 15일에는 신세계면세점을 방문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말까지 약 80명의 단체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면세점들은 외국인 수요 회복을 고대하고 있다. 면세점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7조833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7조8334억원으로 축소됐다.  자료=한국면세점협회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7조8334억원으로 축소됐다. 자료=한국면세점협회
코로나19로 극심한 타격을 입은 인바운드(외국인의 방한관광) 여행시장이 점차 개선되면서 면세점, 호텔 등도 함께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은 전년(2020년) 대비 75% 급감한 53만2588명에 그쳤다. 1984년 이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100만명 선을 밑돈 것이다.

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년여 동안에도 K팝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들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방한 관광객이 늘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 관측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계 각지의 한류 팬 숫자는 증가세를 보여 1억명을 돌파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세계 각지의 한류 팬 숫자는 전년보다 약 545만명(5.5%) 늘어난 1억478만명에 달했다. K팝과 K드라마뿐 아니라 신한류로 각광받는 웹툰과 '핑크퐁' 등 캐릭터 산업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본격 인바운드 관광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그동안 해외 방한 관광객의 주류였던 중국과 일본 현지 사정에 비춰 대규모 방한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한한 중국은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뚜렷한 개선이 쉽지 않더라도 여행업계에선 하반기 회복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코로나19 후 첫 태국 단체 여행객을 맞은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 헨리여행사의 유상우 실장은 "당초 첫 단체여행객으로 20명이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복잡한 서류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등 때문에 17명이 오게 됐다. 이달 예약자 수는 60명으로 코로나19 전 60% 수준인데 초기 유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인바운드 관광객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고 관광객이 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