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관련 부품을 개발했다. 회사는 A씨에게 직무발명금 명목으로 5만6000원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회사가 해당 특허를 통해 얻은 이득에 비하면 극히 적은 보상금”이라며 2020년 직무발명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계산한 적정 보상금은 약 2조원이다. 현대차 측은 “A씨의 발명은 이미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조금 변형한 것”이라며 “A씨는 해당 기술의 특허 발명자가 아니다”고 맞붙었다. 이 소송은 2년여간 이어진 끝에 지난달 원고 측 패소로 끝났다.

‘직무발명보상제도’가 발명을 장려한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기업과 직원 간 갈등과 분쟁을 늘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발명진흥법은 ‘기업이 직무발명에 기여한 직원에게 적정한 보상을 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산정 기준은 따로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 발명으로 회사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그 이익 중 일부를 해당 직원에게 나눠주는 제도가 직무발명보상제도다. 정부는 직원 발명을 장려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2년 직무발명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20년간 대다수 기업이 내부적으로 직무발명 보상 기준을 만들고,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적당한 보상액’을 두고 회사와 발명자 사이의 시각차가 크다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직무발명 소송은 삼성전자 휴대폰에 들어가는 ‘천지인 자판’ 사건이었다.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에서 보상 액수를 구하는 공식은 판례에 따라 정립돼 있다. ‘기술로 생긴 매출×직원의 공헌도×직무발명 기여도×가상의 실시료율×독점권 기여율’로 정하는 식이다.

여기에서 ‘기여도’ ‘공헌도’ 등 세부 항목을 객관적 수치로 계량화할 때 갈등이 발생한다. 직원들은 30~60% 수준의 공헌도나 기여도를 주장하지만, 회사는 “회사의 시설, 장비 등을 이용해 창작한 발명”이라며 발명 직원의 공헌도를 1% 미만으로 인정하거나, 아예 직무발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금액도 크게 차이가 난다.

법원에서 인정하는 금액도 제각각이다. 현대차는 1심에서 직무발명 보상금으로 140만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회사 측 주장대로 “A씨가 이 사건 특허발명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지난해 11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리고 지난달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2020년 8월 1심 선고가 난 삼성SDI 리튬이온폴리머 전지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의 경우 직원은 88억원의 보상금을, 회사는 31만원을 각각 주장했다. 법원은 약 1억원을 보상하라고 판단했다. 원·피고와 법원의 판단이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소송 중 자료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이냐도 문제가 된다. 직원들은 소송 과정에서 자신의 발명이 쓰인 제품, 이에 따라 얻은 매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만, 기업들은 “회사 기밀”이라며 밝히기를 꺼린다. 변리사 출신인 황정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원고 측에서 기업에 매우 민감한 기밀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소송 과정에서 경쟁 업체에 기밀이 유출될 수 있어 두려워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