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만 개에 달하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위원회 숫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위원회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정책 결정 속도가 느려지는 등 부작용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 부합하지 않거나 실적이 저조한 위원회가 우선 통폐합될 전망이다.

박순애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19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불필요하거나 회의 실적이 저조한 각종 위원회를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인수위에 따르면 중앙정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5월 558개에서 작년 말 626개로 문재인 정부 동안에만 68개 늘었다. 자치단체 소속 위원회도 2016년 말 2만2891개에서 2020년 말 2만8071개로 급증했다. 위원회가 난립하면서 ‘위원회 공화국’이란 비판도 나왔다.

특히 옥상옥(屋上屋)으로 정부 조직이 비대해진 데 따른 부작용도 커졌다. 친정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정부 여당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신설된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현 정부 핵심 정책인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합리화하는 역할을 했다.

또 위원회가 친여(親與) 시민단체의 연구용역 발주처로 전락하는가 하면, 친여 성향 위원이 위원회 경력을 활용해 정치권에 진출하는 일이 공식처럼 굳어졌다.

정부도 지난 1월 6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위원회가 일선 현장에서 규제로 작용하며 많은 중소기업이 불편과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고 부작용을 인정한 바 있다.

인수위는 현재 위원회 중 상당수는 장기간 구성되지 않았거나 운영 실적이 극히 저조한 소위 ‘식물위원회’인 것으로 판단했다. 인수위는 민관 합동으로 진단반을 꾸려 운영 실태를 종합 진단한 뒤 위원회 존속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행정기관위원회법을 개정해 각 부처가 위원회를 신설할 때 사전 협의 절차를 강화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위원회에 존속 기한을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대통령이나 총리 소속 위원회도 가능하면 각 부처 소속으로 옮길 계획이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우선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의 통합 여부에 대해 박 위원은 “22개 대통령 산하 위원회도 점검한 뒤 새로운 정비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