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무라벨 생수.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무라벨 생수. /연합뉴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로웨이스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통기업들의 ‘포장지 덜어내기’ 바람이 거세다. 무라벨 제품은 이제 마트나 슈퍼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인쇄용 잉크 저감을 위해 묶음포장을 투명비닐로 교체하는가 하면 아예 비닐 포장지를 띠지 형식으로 변경해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줄이기도 한다.

문구기업 모나미는 재활용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성펜 ‘엠에코 프러스펜 3000’을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모나미의 유명 제품 중 하나인 프러스펜을 리사이클링 제품으로 만들었다.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재가공해 펜촉을 만들었으며 포장 상자도 친환경을 고집했다. 코코아 껍질을 재활용한 종이로 패키지를 만들고 패키지는 콩기름 잉크로 인쇄했다.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고 종이로 된 매듭끈으로 패키지를 고정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개 점포 내 우수고객 라운지와 카페 H에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을 도입하기도 했다. 친환경 종이컵은 수용성 코팅 제지를 사용해 별도 코팅 분리 과정 없이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한 게 특징. 백화점 업계에서 친환경 종이컵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은 친환경 종이컵 도입으로 연간 125t의 폴리에틸렌 사용을 줄여 약 300t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MZ세대에서 친환경이 핵심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얼마나 친환경적이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지표가 되고 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친환경 소재·공법을 개발해 품질을 높이는 과정이 모두 비용이다. 그럼에도 친환경에 공들이는 것은 충성 고객과 브랜드 파워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출시한 무라벨 생수 ‘제주삼다수 그린’.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제주도개발공사가 출시한 무라벨 생수 ‘제주삼다수 그린’.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소비자들의 반응에 민감한 식품업계도 친환경 제품 경쟁이 치열하다. 오뚜기는 다음 달부터 플렉소 인쇄기를 들여와 케첩과 마요네즈, 라면 포장재의 잉크를 줄일 예정이다. 농심은 무파마탕면 묶음 포장을 기존 빨간 비닐에서 투명 비닐로 바꿔 잉크 사용량을 줄였다. 투명 비닐은 재활용 후 어떤 색으로든 만들 수 있는 반면 유색 비닐은 재활용 공정의 복잡성 등 효율이 낮다.

농심은 ‘둥지 냉면’ 4개들이 묶음포장 방식을 기존의 비닐 재포장에서 띠지 형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농심은 재포장 방식 변경으로 연간 약 27t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라벨 생수를 선보인 제주 삼다수는 제품이 잘 팔리자 아예 무라벨 생수 생산 설비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 생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이르면 하반기 착공하는 신규 공장을 무라벨 생수 전용 공장으로 만든다. 지난해 5월 처음 출시한 무라벨 생수 ‘제주삼다수 그린’은 판매 7개월여 만인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판매량의 30% 비중까지 올라왔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무라벨 제품 생산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품귀 현상이다”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