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늘리며 총공세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군이 결사항전 중인 마리우폴엔 외부 용병을 대거 투입했다. 이에 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안을 준비 중이다. ‘돈바스 결전’을 앞두고 양국의 무력 충돌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美 역대 최대 규모 무기 지원


러, 용병 2만명 투입…돈바스 초토화되나
AP통신은 1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하루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남부 전선에 2개 전투 부대를 추가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공격을 앞두고 기존 65개 전투부대를 76개로 11개 늘렸는데 재차 78개로 확대한 것이다.

AP는 현재 돈바스 지역에 있는 러시아 병력만 5만5000~6만2000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 전투부대가 700~800명의 전술대대단(BTG) 단위로 구성되는 점을 감안한 계산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리는 “벨라루스에서 러시아군 최소 22개 전투부대(1만5000명)가 재편성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처음 침공했을 당시 러시아 전투부대 수는 125개에 달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최신 군사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8억달러(약 9900억원)어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비 규모는 30억달러 이상이다. 미국의 고위 국방 관리는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무기 공급량은 전쟁 중인 국가에 제공한 규모 중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국 정상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방법과 러시아 제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 60개 군사시설 동시 공격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 곳곳을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사일로 돈바스 13곳에 있는 60개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AP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에선 러시아군의 민간인 거주지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또 동남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에 화력을 집중했다. 돈바스 지역에 있는 1만~2만 명의 외부 용병 중 상당수가 마리우폴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럽 당국자는 “용병은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과 체첸 및 시리아 등에서 소집된 전투원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와그너그룹은 해외 분쟁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측면 지원하는 용병 기업이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에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거점으로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다. 이 제철소에는 해병대와 아조우(아조프) 연대 등 2500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민간인 1000명도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조우 연대는 2014년 민병대로 시작해 2014년 돈바스 내전 당시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싸우며 마리우폴을 탈환하는 데 기여했다. 이 공을 인정받아 같은 해 11월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으로 편입됐다.

마리우폴에는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0일 “러시아 측과 마리우폴에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 설치와 관련한 사전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마리우폴에서 수만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에 자국 요구를 담은 협상안을 전달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5차 평화협상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협상안을 제시한 지 약 3주 만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보가 보장된다면 러시아가 요구해온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명확한 제안이 담긴 협상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