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펀드 피해사건, 조직적 기업사냥꾼의 횡령․배임 사건 등 수사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금융시장은 선량한 개미투자자들을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는 포식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입니다."

서울남부지검 박성훈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장과 문현철 금융조사1부장, 김락현 금융조사2부장, 김기훈 형사6부장은 20일 "자본시장에서 일어나는 금융·증권 범죄를 직접 다루는 서울남부지검 실무담당자로서 법안 통과에 따른 큰 우려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금융·증권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검찰은 서울남부지검을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하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과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10여년간 자본시장에서의 이상거래 징후 포착에서부터 금융당국의 행정조사, 검찰의 강제수사와 공소유지, 형 집행과 범죄수익 박탈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증권범죄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고 이에 대한 수사는 자본시장관련 법규 및 법리, 증권·금융시장에 대한 복합적 이해가 요구되는 분야로서 범죄혐의 발견 초동단계부터 수사 및 공소유지까지 신속하고 정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금융·증권범죄 수사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법률가인 검사들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되는 '검수완박'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검찰과 유관기관들의 협업시스템은 붕괴하고 그동안 쌓아온 수사 노하우가 사장돼버리며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펀드 피해사건, 조직적 기업사냥꾼의 횡령·배임 사건 등 수사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해체 이후 금융·증권범죄 대응에 대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9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이 출범한 지 불과 7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자본시장 범죄 대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당시의 공감대와 정신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각종 금융 범죄 수사를 위해 2013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출범했다. 합수단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며 활약했다. 그러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돼 2019년 폐지됐다. 그러나 폐지 1년 만인 지난해 9월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등장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