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절 죽이려 합니다"…결국 살인까지 이른 '보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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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 9434억원
10년 새 122.6% ↑…실 규모 10배 추정
범죄 질 악화…고의 사고 비율 증가세
범정부 대책기구 필요성 제기
특별법 개정안 국회 정무위 계류
금융당국 "컨트롤타워 구상 논의"
10년 새 122.6% ↑…실 규모 10배 추정
범죄 질 악화…고의 사고 비율 증가세
범정부 대책기구 필요성 제기
특별법 개정안 국회 정무위 계류
금융당국 "컨트롤타워 구상 논의"
'계곡 살인사건'을 계기로 보험사기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 피의자 이은해 씨는 지난 19일 가평군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 씨를 계곡물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사건 발생 2년 10개월 만이다. 검찰은 비슷한 시기에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을 두고, 이번 사건이 보험금을 노린 전형적인 반인륜 강력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범죄의 특성 자체가 날이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흉포화되는 데 따라 보험사기 억제를 위한 범(汎)정부 대책기구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943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4237억원) 대비로는 122.6% 증가한 수치다. 10년 새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적발 인원도 7만2333명에서 9만7629명으로 34.9% 늘어났다. 금감원의 적발금액은 실제 보험사기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보험업계 분석이다. 보험사가 직접 보험사기 여부를 확인하고 의뢰해야만 수사가 이뤄지는 구조라서다.
정황상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큼에도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한 사례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는 적발 규모의 10배 수준일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최근 보험사기 범죄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다. 경미한 질환을 핑계로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나이롱환자 규모는 줄어드는 데 반해 살인, 상해 등을 포함하는 고의 사고 유형 비율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중 고의 사고 유형은 16.7%를 차지했다. 고의 사고 유형 비율은 2019년 12.5%, 2020년 15.4%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고 내용 조작 유형 비율은 전체의 60.6%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 중 허위(과다)입원·진단으로 인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 대비 2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범죄의 성격 자체가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흉포화되면서 제도적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 체계에서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형태는 주로 개별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보험사기조사 전담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운영하면서 혐의점을 찾아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절차로 이뤄지고 있다. 인력 대부분이 전직 검·경찰 출신들로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가능한 체계다. 그러나 민간조사업(탐정업)을 인정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사기 조사 인력이 몰래카메라나 도청 등으로 증거를 수집하면 위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사 활동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금융당국·건강보험공단·보험업권 등 정부 부처 유관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정부 대책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상 업계 안팎에서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범정부 대책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제시해왔다. 지난 1월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돼 시행 중임에도 오히려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재정 악화가 심화하는 등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전에도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총 8개 제출됐으나 모두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지난해까지 발의된 4개 법안은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 이 중 2020년 말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함께 참여해 실효성이 높은 보험사기 근절 방안이 담겼다는 데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 법안의 골자는 △보험사기에 가담한 업계 관계자 가중 처벌 △금융위원회 자료 제출 요구권 부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차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보험 사기범의 부당 보험금 환수 및 해당 보험 계약 해지 등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험 관련 종사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이 이중 규제이자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발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국회가 보험사기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하면서 보험사기 유관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인 만큼, 상정 여부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사실상 보험사기 대응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유관기관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관련 법안 상정 시 기관 간 협의 절차에 참여해 보험사기 근절 대책을 논의하는 방안을, 법안 상정 시기 지연 시 유관기관 협의를 통해 컨트롤타워 역할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943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4237억원) 대비로는 122.6% 증가한 수치다. 10년 새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적발 인원도 7만2333명에서 9만7629명으로 34.9% 늘어났다. 금감원의 적발금액은 실제 보험사기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보험업계 분석이다. 보험사가 직접 보험사기 여부를 확인하고 의뢰해야만 수사가 이뤄지는 구조라서다.
정황상 보험사기일 가능성이 큼에도 명확한 증거를 잡지 못한 사례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는 적발 규모의 10배 수준일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최근 보험사기 범죄는 양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악화하고 있다. 경미한 질환을 핑계로 장기간 입원해 보험금을 타내는 나이롱환자 규모는 줄어드는 데 반해 살인, 상해 등을 포함하는 고의 사고 유형 비율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보험사기 중 고의 사고 유형은 16.7%를 차지했다. 고의 사고 유형 비율은 2019년 12.5%, 2020년 15.4%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고 내용 조작 유형 비율은 전체의 60.6%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 중 허위(과다)입원·진단으로 인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 대비 2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범죄의 성격 자체가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 흉포화되면서 제도적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 체계에서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형태는 주로 개별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보험사기조사 전담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을 운영하면서 혐의점을 찾아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절차로 이뤄지고 있다. 인력 대부분이 전직 검·경찰 출신들로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가능한 체계다. 그러나 민간조사업(탐정업)을 인정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사기 조사 인력이 몰래카메라나 도청 등으로 증거를 수집하면 위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사 활동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금융당국·건강보험공단·보험업권 등 정부 부처 유관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범정부 대책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실상 업계 안팎에서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범정부 대책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제시해왔다. 지난 1월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제정돼 시행 중임에도 오히려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재정 악화가 심화하는 등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전에도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으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총 8개 제출됐으나 모두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지난해까지 발의된 4개 법안은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다. 이 중 2020년 말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함께 참여해 실효성이 높은 보험사기 근절 방안이 담겼다는 데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김 의원 법안의 골자는 △보험사기에 가담한 업계 관계자 가중 처벌 △금융위원회 자료 제출 요구권 부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차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보험 사기범의 부당 보험금 환수 및 해당 보험 계약 해지 등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험 관련 종사자를 가중 처벌하는 것이 이중 규제이자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반발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금융당국은 올해 국회가 보험사기 관련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하면서 보험사기 유관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범정부 대책기구 신설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인 만큼, 상정 여부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사실상 보험사기 대응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유관기관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관련 법안 상정 시 기관 간 협의 절차에 참여해 보험사기 근절 대책을 논의하는 방안을, 법안 상정 시기 지연 시 유관기관 협의를 통해 컨트롤타워 역할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