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수갑 연행' 등 비판 이어져…외국은 관련 교육 의무화
발달장애인 매년 늘지만…경찰 전담인력 부족에 현장선 '쩔쩔'
"속옷 차림이라 바지를 입고 문을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경찰이 저를 침대로 밀친 다음 목을 졸랐습니다.

"
지적장애인 A씨는 지난 1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출동한 경찰관 두 명에게 연행되면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바지를 입고 다시 문을 열어주겠다고 하자 경찰관들이 그를 압박하고 눕힌 뒤 몸을 눌러 제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에도 중증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이상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뒷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발달장애인 인구는 계속해 늘지만,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발달장애인(지적·자폐장애인)으로 등록된 장애인은 25만5천207명이다.

2016년 21만8천136명에 비해 17%(3만7천71명) 늘었다.

현행법은 경찰서장이 지정한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이 발달장애인을 조사·심문하도록 규정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말 경찰청장에게 '발달장애인 대상 현장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초동 조치를 담당하는 현장 경찰관들은 발달장애인을 마주칠 때마다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을 차츰 늘리는 추세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이다.

서울 시내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 A씨는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 제도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 지정된 사람이 근무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 B씨는 "발달장애인이 피의자면 아주 난감하다"며 "장애인 전담 수사관이 없는 경우에는 서울경찰청 수사관과 일정을 조율해야 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은 1천9명으로, 이들이 조사한 사건 수는 1천678건이다.

해외에서는 발달장애인 특성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6년부터 현장 대응 경찰관들이 발달장애인과 관련해 최소 3시간 훈련을 이수하도록 했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경찰도 모든 경찰관이 발달 장애의 일종인 자폐성 장애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제경찰장협회(IACP) 역시 2017년 8월 발달장애인에 대한 초기대응 방안을 상세히 기술한 '지적장애인 및 발달장애인과의 상호작용' 지침서를 발간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관들이 발달장애를 이해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 '불량 판결문'의 저자 최정규 변호사는 "발달장애인 대상 현장 대응 매뉴얼은 탈시설 논의가 오가는 요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만 교육할 게 아니라 현장에 모든 경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은 "발달장애 특성 상 오해를 받거나 하는 상황들이 생길 수 있다"면서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많진 않으니 매뉴얼로 이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찰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경찰관이 발달장애인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방식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