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가부 폐지하는데…日 어린이가정청 설립하는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는 시점에 일본 정부는 어린이가정청을 신설한다.

20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국회 중의원은 19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어린이가정청설립법안의 심의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 어린이가정청을 총리 직속 정부 부처로 설립해 저출산대책과 보육지원의 사령탑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내각부와 후생노동성에 분산돼 있는 보육원과 사설어린이집 관련 업무, 아동 빈곤과 학대 방지 대책을 어린이가정청으로 일원화하는 구조다.

다른 부처에 정책 권고권을 갖는 어린이가정청 장관을 전담 각료로 두고, 약 300명 규모로 출발한다. 유치원과 따돌림 문제 대책은 초중고교를 담당하는 문부과학성이 계속해서 맡기로 했다.

어린이가정청 설립은 세계적인 저출산 국가 일본의 어린이 관련 예산이 선진국의 절반을 밑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의 아동수당과 보육서비스, 육아휴직 수당 등 관련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6%였다. 저출산 대책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받는 스웨덴과 프랑스는 3.4%와 2.9%였다. OECD 평균은 2.1%였다.

일본의 GDP 대비 어린이 예산 비중은 OECD 38개국 가운데 29위였다. 한국은 1.1%로 미국(0.6%) 등을 제외하면 OECD 최하위권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중의원에 출석해 "현재 약 9조엔(약 87조원)인 어린이 관련 예산을 장기적으로 두 배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재원을 통해 언제까지 어린이 예산을 두 배 늘릴 지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어린이 예산을 어떻게 부담해 나갈 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대안 법안으로 제출한 '어린이종합기본법안'을 통해 어린이 예산을 GDP의 3%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수당 지급 상한을 현재 15세에서 18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어린이집과 사설어린이집 관련 업무를 어린이가정청으로 이관하면서 유치원 업무는 문부과학성에 남김으로써 부처간 칸막이 행정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호리바 사치코 의원(일본유신회)은 "왜 칸막이 행정의 폐해를 남기는가"라고 정부안을 비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