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세금 다 냈다" 4월 마지막 2주는 랠리?
19일(미 동부시간) 새벽부터 금리 상승세가 무섭게 이어졌습니다. 전날 연 2.8%대 중반까지 올랐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9%를 훌쩍 넘었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또 2년물은 2.6%를 다시 상회했고, 30년물 금리는 2019년 초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했습니다. 오후 4시 30분 현재 2년물 수익률은 13.3bp 오른 2.602% 10년물은 8.2bp 높아진 2.943%에 거래됐고, 30년물은 6.2bp 상승한 3.007%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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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에 쫓기고 있는 미 중앙은행, Fed가 급하게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인데, 전날 저녁 마이크만 잡으면 공포를 일으키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다시 한번 시장을 흔든 탓입니다. 그는 미국 외교협회(CFR) 화상 연설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5%로 올려야 한다”면서 “연내 3.5%에 도달하려면 올해 남아 있는(여섯 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마다 50bp씩 기준금리를 올리면 되지만 필요하다면 한 번에 75bp 인상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FOMC 투표권자인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가장 빨리 Fed의 매파적 변화를 주도해왔는데요. 50bp 인상이나 양적 긴축을 빨리 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장 먼저 꺼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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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내에서는 불러드뿐 아니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와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 등 비둘기파로 꼽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신속하게 중립금리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시장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입니다.

바클레이즈는 어젯밤 미 국채 10년물에 대해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앤슐 프라단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Fed의 의지가 어디까지 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채 수익률 곡선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라면서 "이런 역학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서 우리는 우리의 10년물 국채 매수 권고에 대해 손절매할 것을 권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지난 4월 7일 10년물 금리가 연 2.6%를 넘은 후 채권을 매수할 것을 권했었습니다. 그 당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Fed의 긴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해 금리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었지요.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시장 금리가 계속 치솟으면서 손실이 커지자 매수 권고를 철회하고 잘못을 인정한 것입니다. 바클레이즈는 월가에서도 채권시장에서는 꽤 큰 플레이어입니다. 바클레이즈는 Fed 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볼 때 "Fed가 얼마나 더 긴축적으로 나설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전날처럼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 9시 45분까지는 나스닥은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부터 폭발적으로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 10분께 3대 지수 모두 1% 이상 상승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승세는 장 막판 조금 더 가팔라졌고 다우는 1.45%, S&P500 지수는 1.61%, 나스닥은 2.15% 폭등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세금 다 냈다" 4월 마지막 2주는 랠리?
무엇이 이런 상승세를 만들었을까요? 전날 전해드린 긍정적 요인들이 커지고, 부정적 요인 일부가 뒤집힌 덕분입니다.

① 세금 납부 끝, 단기 랠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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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은 미국의 소득세 납부 마감일이었습니다. '초강세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헤드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주 세금 납부를 위한 매도가 있었고 시장에 더 큰 부담을 주었지만, 지금은 끝났다. 이 효과는 과거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4월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록적 수준이던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을 약간 줄였지만, 주식에 대해 여전히 건설적이며 특히 소형주와 고베타 주식에서 단기 랠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세론을 지속해온 그는 지난 11일 "증시가 더 과매도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일부 주식에 대한 차익 실현을 권고했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세금 다 냈다" 4월 마지막 2주는 랠리?
콜라노비치는 이날 CNBC 인터뷰에도 출연해 "(세금 납부일이 끝난) 4월의 마지막 2주는 2주씩 끊어볼 때 두 번째로 수익률이 좋은 2주"라면서 "4월의 첫 번째 2주와는 분명히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금리 상승 거의 다 왔다?

콜라노비치는 Fed의 긴축과 관련 "Fed에서 두려움을 주는 많은 얘기를 해왔다. 그래서 시장에 많은 가격이 책정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10년물 2.95%는 기본적으로 약간 과하다. 우리는 아마도 다 올랐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2년물 금리도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과하다. 제 생각에는 수익률이 여기에서 수평을 유지하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약간 더 낮아질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콜라노비치는 소비자물가(CPI)도 기저효과와 팬데믹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해소되면서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가 등 원자재에 대해서는 상황이 개선되기 전에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중국과 원자재, 신흥시장, 그리고 미국에서는 에너지와 소재 주식을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통화정책이 완화적이라는 점, 신흥시장은 원자재 상승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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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물이 3%에 근접하면서 콜라노비치처럼 "거의 다 올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 2.75~3%는 10년물 상승세가 최소한 일시적으로 중단될 필요가 있는 수준"이라며 "채권을 공매도했던 투자자는 약간 차익 실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3% 이상으로 더 높게 상승할 수 있지만 어려운 일이라면서 세 가지 일이 발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1.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경우(하지만 지금은 둔화하고 있다) 2. Fed가 인플레이션 상승을 허용하는 경우(지금은 물가 억제에 나섰다) 3. 양적긴축(QT)을 통해 채권을 매각하는 경우 등입니다. 캐론 매니저는 "그래서 우리는 연말 2.75% 수준을 예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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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채권 투자자들은 거의 그로기 상태입니다. 전날까지 채권 ETF의 올해 들어 수익률을 보면 TLT(20년물 이상 국채)는 -28.6%, IEF(7~10년물 국채)는 -15.2%, LQD(회사채) -15.0%, JNK(정크본드) -7.2% 등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채권에서 큰 손실이 나면 다시 회복되고는 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이렇게 오르면 떨어질 게 아니냐(채권 가격 상승). 기다리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은 "채권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식 시장에 나쁜 소식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채권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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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75bp 인상 아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50bp 이상 인상할 필요를 보지 못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라파엘 보스틱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도 "어떤 조치도 실제로 가능하다. 비록 당장은 77bp와 같은 큰 폭 인상은 내 레이더망에는 없는 것이지만"이라고 밝혔습니다. 불러드 총재가 전날 75bp 인상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한 답변입니다. 이들이 75bp 인상 가능성을 (지금은) 배제하는 건 침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일 겁니다.

④ 긴축은 이미 시장에 모두 반영?

불러드 총재는 어제 공격적으로 말했지만, 한 가지 발언은 시장에 희망을 줬습니다. CNBC 인터뷰에서 Fed의 긴축 조치가 "시장 가격에 꽤 반영됐다“(quite a bit has been priced in)라고 밝힌 것입니다. 이는 지금 시장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즉 시장이 놀랄 수준으로 긴축하지는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가장 매파적인 불러드 총재가 더는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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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UBS는 또 다른 측면에서 향후 Fed의 경로가 누그러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지금 리사 쿡, 필립 제퍼슨 등 새로운 Fed 이사들이 6월 FOMC부터 합류하는데, 이들의 합류로 점도표 상의 장기 금리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UBS는 또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나 정상화 정도에 대한 논의가 심화하면서 FOMC 내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도 밝혔습니다. 지금의 강한 긴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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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유가 급락→인플레 정점?

이날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동반 급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65달러(5.2%) 하락한 배럴당 102.5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수요 하락 우려가 컸습니다. 세계은행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3.6%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중국의 봉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4.8%에서 4.2%로 낮춰잡았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3.5%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중국의 올해 공식적 목표는 5.5% 성장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계속된 봉쇄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가는 인플레이션의 대리인(proxy)"이라며 "유가가 내리는 날은 주가가 오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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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전날에 이어 추가 하락했습니다. UBS가 집계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계획도 고점에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 물가 하락에 좋은 징조입니다.

⑥ 강한 소비자, 1분기 실적 견조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실적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경제는 Fed의 긴축에도 버틸 수 있다"라는 강한 믿음을 줬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히니언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강하고 실업률은 낮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 회사 이익도 전반적으로 강하다. 대출은 널리 이용 가능하며, 고객의 대출 한도 사용량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비자가 강하다"면서 팬데믹 이전에 통장 잔고 1000~2000달러를 보유했던 고객의 평균 잔고는 당시 1400달러에서 지금은 평균 7400달러로 늘어났고, 잔고 2000~5000달러였던 고객은 3250달러에서 1만2500달러로 급증했다고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날 지역은행인 시티즌스파이낸셜도 월가 예상을 훨씬 넘는 실적을 내놓아 주가가 6.88% 폭등했습니다. 이 은행은 순이자마진도 월가 기대를 상회했습니다. 존슨앤드존슨, 하스브로 등이 월가 기대를 넘는 이익을 보고해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지금까지 1분기에 성장에 부정적인 기업은 없었다. 그들은 달러 강세와 공급망 혼란에 대해 불평하고 있지만, 성장은 견조하다. 투자자들은 지난 몇 주 동안 부정적 울려가 많았지만, 기업들은 아직 그것을 보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⑦ 주택 시장도 버텨낸다

모기지 금리가 5%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3월 신규주택 착공실적은 전월 대비 0.3% 늘어 연율 179만3000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습니다.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입니다. 또 3월 신규주택 착공 허가 건수는 전월보다 0.4% 늘어난 187만3천 채(계절 조정치)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높은 모기지 금리 속에서도 주택 시장이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다는 징조"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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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정적 소식도 있습니다. 유럽은 러시아 원유 등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계속해서 추진 중입니다. 독일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를 고려해 단계별 금지 방안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오는 24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끝나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JP모건은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올해 말 브렌트유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날 10년물 실질 수익률이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실질 금리가 오른다는 건 주식 시장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줌 로쿠 텔라닥 등 아크펀드 관련주들은 급등했습니다. 아크이노베이션펀드는 4.05%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후 4시 장 마감 직후 넷플릭스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킨 겁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20% 넘게 폭락하고 있습니다. 주당순이익은 3.53달러로 월가 예상 2.91달러를 크게 상회했지만 1분기 순 가입자 수가 20만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예상은 251만 명 증가였습니다. 작년 1분기에는 400만 명 증가했었거든요. 가입자가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 시장에서의 서비스를 중단한 탓입니다. 70만 명의 순 유료 가입자가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구독료를 올린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60만 명이 감소했다는 겁니다. 아시아에서 110만 명이 늘어나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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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실적은 기술주 중심으로 오른 증시 분위기에 식히고 있습니다. 같은 스트리밍 사업자인 디즈니, 로쿠 등도 주가도 시간 외에서 급락하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팬데믹 효과가 본격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선전했던 기술주들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