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 "중재 판정은 재판과 같은 법적 구속력 K-중재 알려 소송비 해외 지출 막을 것"
“보다 많은 기업이 중재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 나서겠습니다.”

맹수석 대한상사중재원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많은 기업이 법원의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맹 원장은 “대한상사중재원(KCAB)은 중재 사건 수로 보면 전 세계 5위권의 위상을 갖고 있다”며 “중재제도의 본질적인 특징, 의미, 장점 등을 분쟁 해결 수요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많은 기업이 중재제도를 선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 12월 중재원의 지휘봉을 잡은 맹수석 원장은 대표적 상법 전문가로 꼽힌다. 맹 원장은 충남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체적분쟁해결(ADR) 제도에 대한 여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ADR은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법원 재판과 달리 단심으로 이뤄지며,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맹 원장은 “선진국의 경우 ADR 제도가 법원 소송을 대체·보완하는 분쟁해결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의 ADR 제도는 영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비된 만큼 이용의 확산 문제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중재원은 지난해 집단중재사건을 포함하여 500건의 중재사건을 접수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규모이지만, 법원을 통한 소송이 연간 100만건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다. 이에 대해 맹 원장은 “‘중재’를 막연하게 분쟁 당사자 간 화해를 유도하는 제도로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중재판정이 법원의 재판과 같이 법적 구속력이 있고, 전문성과 신속성을 통한 효율적인 분쟁 해결 수단이라는 점을 지속해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재제도에 대한 접근성 향상도 해결 과제다. 맹 원장은 “중재의 경우 당사자가 중재제도를 이용하기로 하는 서면합의를 분쟁 발생 사전 혹은 사후에 작성해야 한다”며 “즉 중재합의가 전제되어야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송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맹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정부·공공부문에서의 분쟁은 그 규모와 파급력이 매우 크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중재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정부·공공부문에서 중재를 널리 이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국제중재사건 유치 확대도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맹 원장은 “한국 기업 간의 분쟁조차 해외 중재기관에서 해결하는 일이 있는데 이 경우 상당한 비용이 해외에서 지출된다”며 “국내 기업들도 인식을 전환해 각종 계약 체결 시 중재기관, 중재지, 준거법 중 하나라도 우리나라로 가져오면 중재절차 진행 시 분쟁 해결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