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금융 앱인 ‘모니모’를 개발한 이훈·이용철·조진건 프로(왼쪽부터)가 19일 서울 남대문 삼성 본관 빌딩에서 모니모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금융 앱인 ‘모니모’를 개발한 이훈·이용철·조진건 프로(왼쪽부터)가 19일 서울 남대문 삼성 본관 빌딩에서 모니모를 소개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그래도 ‘삼성’인데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느냐.”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연합군’을 꾸려 통합 플랫폼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반응은 분분했다. 디지털 금융의 확산과 함께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테크핀 기업들이 치열하게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삼성 이름값’을 할 것이란 기대와 제 아무리 삼성이지만 통합 앱만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엇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선발 주자의 시장 선점 효과가 절대적인 ‘플랫폼 전쟁’ 시대에 금융권에는 이미 수천만명의 충성 고객을 확보한 ‘네카토(네이버·카카오·토스)’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의 가입자 수는 각각 약 3000만명, 3740만명, 2200만명에 달한다. 저마다 대형 은행을 거느린 5대 금융지주도 수년 전부터 계열사 앱을 합치는 등 ‘슈퍼 원 앱’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금융네트웍스는 통합 앱 ‘모니모(monimo)’로 금융 플랫폼 경쟁에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4일 베일을 벗은 모니모는 기존 금융사 앱과 차별화된 군더더기 없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간결한 사용자 경험(UX), 매일 앱에 방문하게 만드는 전용 리워드 시스템 등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19일 서울 남대문 삼성 본관 빌딩에서 삼성 금융 플랫폼 담당 조직의 이훈·이용철·조진건 프로를 만나 모니모 개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모니모를 출시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전통 금융사들과 정보기술(IT) 중심의 빅테크·핀테크가 서로 협력하고 또 경쟁하며 갈수록 금융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금융사들의 시너지를 내고 소비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각 사의 앱을 하나로 합친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니모’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모니모는 ‘모이는 혜택, 커지는 혜택’이란 뜻을 담아 만든 이름입니다. 돈을 뜻하는 ‘머니(money)’와 더한다는 뜻의 ‘모어(more)’를 합쳐 축약한 말이기도 해요.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나서 모니모란 이름을 결정하는 데에만 두 달 가까이 걸렸죠. 처음에는 네이밍 후보만 40개가 넘었는데, 그중에서 몇 번씩 회사 안팎에서 서베이를 거쳐 선택된 이름이 모니모입니다. 특히 내부 임직원 서베이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진행해 젊은 층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이름을 골랐습니다. 모니모는 발음하기가 쉽고, 받침이 없어서 한글로 썼을 때나 영문으로 썼을 때 모두 균형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의, ‘너무 삼성스럽지 않은’ 이름을 만들자는 저희 목표와도 잘 맞아떨어졌죠.

▷‘삼성스럽지 않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네이밍을 앞두고 삼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조사해보니 ‘신뢰할 수 있는’ ‘국가대표 대기업’이란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었지만 ‘딱딱하다’ ‘너무 전문적이어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새 통합 앱의 이름은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덜어내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한 인상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모니모의 이니셜인 M을 형상화한 로고도 부드러운 곡선으로만 이뤄져 있죠. 또 삼성이니까 이번에도 ‘삼성OOO’ 같은 식으로 이름지을 것이란 선입견도 깨고 싶었습니다. 결국 기존 삼성 금융의 틀을 깨자는 노력 끝에 모니모란 이름과 로고가 나온 셈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여느 금융사 앱 같지 않은 앱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UX·UI 측면에서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보다 사용자 관점에서 이용하고 싶은 콘텐츠과 기능 위주로 배치했고, ‘조작하는 맛’이 나도록 무언가를 입력하고 클릭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진동을 넣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사용자가 모니모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관문인 ‘회원가입’ 화면입니다. 엄지손가락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도록 화면 하단에 버튼을 집중 배치했고, 본인 인증 과정에서 필요한 통신사 정보와 인증번호 등도 사용자가 직접 입력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칸이 채워지도록 했어요.”

▷수많은 핀테크 앱과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금융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본질적인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삼성 금융 계열 5개사의 2300만 가입자(중복 제외)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다른 앱을 깔 필요 없이 모니모만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리워드인 ‘젤리’를 일상 속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죠.”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