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대학 내 식당에까지 번지고 있다. 일반 식당보다 쌌던 학생 식당까지 밥값을 올린 탓에 ‘물가가 올라 밥 먹는 것도 부담’이란 학생들 불만이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회관 식당과 자하연 식당은 점심‧저녁 가격을 이달 들어 최고 1500원 올렸다. 3500~5000원이던 학생회관 식당 메뉴가 5000~7000원으로, 4000~5500원이던 자하연 식당 점심 가격이 5500~7000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서울대 재학생 임모씨(24)는 “반찬이 한두 가지 늘어나긴 했지만, 구성은 예전과 다름없다”며 “할인받아도 7000원이면 학교 밖에서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구내식당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연세대는 이달 1일부터 학생 식당 한경관의 식대를 500원 올렸다. 중앙대도 지난해 9월부터 서울캠퍼스 구내식당 기본 밥값을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인상했다. 한양대는 작년 6월부터 식당 메뉴별 단가를 300~500원 인상했다.
지방 대학도 사정이 비슷하다. 충남대 학생 구내식당도 올초 밥값이 800원 올랐다. 전북대 구내식당 메뉴 가격도 지난 3월부터 20%가량 인상됐다.
식당을 운영 중인 업체들은 급격한 물가 상승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업 사이에 밥 먹으러 캠퍼스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배짱 장사를 한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음식 판매가 대비 원가 비율이 60%에 달한다”며 “코로나19로 매점·기념품점 등 다른 부문에서 나는 수익도 줄어 식대를 올리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급감했으나 국가나 대학으로부터 지원을 못 받아 경영이 악화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학생 등으로 구성된 학내 단체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이재현 대표는 “생협이 혼자 운영 비용을 감당하는 탓에 식대가 인상돼 학생 부담이 커졌다”며 “대학 측이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