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태양 반사해 기온 낮추면 말라리아에 10억명 추가 노출"

태양 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지구공학(SRM)을 시행하면 전 세계 10억명의 인구가 추가로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콜린 칼슨 교수팀은 이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지구 기온을 낮추기 위한 SRM이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노펠레스 모기 증가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온난화 늦추려는 '지구공학', 말라리아 위험 높일 수 있어"
지구공학은 온난화를 막기 위해 대기 중에 열을 저장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태양 빛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에 열이 덜 흡수되게 하는 기술(SRM) 등을 말한다.

연구팀은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분사해 태양 빛을 반사하는 SRM의 영향을 분석했다.

SRM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구온난화가 중간 또는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말라리아 전염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말라리아를 옮기는 아노펠레스 모기 개체가 증가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온을 밝히고 말라리아 전염이 증가할 수 있는 지역의 인구를 추산했다.

분석 결과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높은 기온 때문에 말라리아 병원체가 감소하던 일부 지역에서는 SRM으로 인해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말라리아모기가 오히려 늘어나고 말라리아 감염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칼슨 교수는 "사람이 살기에 너무 뜨거운 지구는 말라리아 병원체에도 너무 뜨겁다"며 "지구를 냉각시키는 것이 사람 생명을 구하는 비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가 중간 또는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모두 말라리아 위험도는 지역에 따라 크게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높은 수준의 온난화 진행 시 지구공학이 적용되는 지역에서 10억 명이 추가로 말라리아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인도 지역의 경우 지구공학을 적용하면 말라리아 위험이 현재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 반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말라리아 위험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칼슨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지구 온난화 관련) 정책 결정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며 "지구공학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만 일부 국가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구공학이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말라리아 같은 모기 매개성 질환처럼 방치되고 있는 보건 부담 측면에서 이익과 위험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