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 / 사진=연합뉴스
'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 / 사진=연합뉴스
"존경하는 판사님, 기회라는 밧줄을 주신다면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된 이은해가 지난 19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A4 용지 2장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채널A 보도에 따르면 이은해는 1600자에 달하는 자필 진술서를 제출하며 복어 독을 이용한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은해는 진술서에 '(함께 도망친)조현수가 감금과 강압적 수사를 받았고 그것이 무서워 함께 도망쳤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적었다.

그는 '복어를 사서 매운탕 거리와 회로 식당에 손질을 맡겼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맛있게 먹었다' '살해하려 했다면 왜 다 같이 먹었겠냐' '혐의받는 부분에 인정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식당에서 독이 있는 부분은 소비자가 요구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고 한다"고 근거를 댔다.

그러면서 계곡 사건에 대해서는 우연히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이은해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숨진 남편 윤 모 씨에 대한 언급이나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해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의 '계곡 살인' 수사를 지휘한 인천지방검찰청 조재빈 1차장은 19일 SBS와 인터뷰에서 "자료를 철저히 검토해보니 신체접촉 없는 특이한 종류의 살인사건이라 판단됐다"면서 "압수한 디지털기기를 포렌식 해 면밀히 보던 중 이은해와 조현수가 삭제한 텔레그램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복어 피, 정소, 애를 이용한 정황이 파악돼 살인 시도가 있었으며 그때 살아난 후 다시 살인에 이르게 된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조 차장은 "'계곡 살인'은 신체접촉 없이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라 고의를 입증하기 굉장히 어려운 사건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은해와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 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19년 10월 가평경찰서는 이 사건을 단순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보험업계는 경찰이 초기 내사 단계에서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해 종결했으나 이후 보험사가 이은해를 보험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A 씨의 가족, 지인들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재수사가 진행됐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 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스스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린 이들이 당시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검찰은 이른바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 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