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은 전통적인 '가치주 명가'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에서 '주주가치'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던 2018년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를 출시했다.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주주가치를 높인다면 배당성향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나,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2019년 SM에 주주서한을 보내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등 기업가치 증대를 요구하면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주주서한을 보내는 대신 투자 기업들과의 '물밑 대화'를 통해 기업의 사업구조 개선이나 주주가치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4.02%로 벤치마크 수익률(0.88%)을 상회하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장을 만나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처를 물었다.
'SM 주주제안' 원조 KB자산운용의 '최애' 종목은…
정 실장은 단순히 배당을 높인다고 해서 주주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기업은 성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고민하실 때 투자를 먼저 하시라고 조언드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치주'를 단순히 '가격이 싼 주식'이라고 접근하는 것도 잘못된 접근이라고 봤다. 5년, 10년 뒤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 내에서 현재 저평가돼 있는 종목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거나, 오너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으면 펀드가 개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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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생각하는 성장 산업의 큰 테마는 '기후변화'와 '인구구조 변화'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티와이홀딩스다. 지난해 연말 5.07% 지분 보유를 공시했다. 정 실장은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하나도 나와있지 않을 정도로 시장에서 소외돼 있던 종목이었는데, 건설·방송·환경이라는 삼각편대가 모두 탄탄한 회사인데 주가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영건설과 SBS 외에도 폐기물 처리 자회사 에코비트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44배 수준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 측면에서 주목하는 것은 골프와 바이오 산업이다. 골프존과 골프존뉴딘홀딩스는 KB자산운용이 수년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골프존에는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동행 관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2030세대가 골프 인구로 들어오는데다, 골프는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고령화 사회에서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산업"이라며 "해외 진출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아직까지 비중을 줄일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인공장기 등을 개발하는 티앤알바이오팹 지분 비중을 15.51%까지 늘리기도 했다.

2030세대의 양극화 소비에도 주목했다. 정 실장은 "최근 '눈바디(체중계상 몸무게 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의 변화를 체크한다는 신조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중시하고, 여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미용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한다고 했다. 국내 미용 의료기기 '3대장'으로는 클래시스,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등이 있다.

정 실장은 "최근 국내에서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만큼, 단순히 벤치마크를 추종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을 발굴해 운용하는 액티브펀드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