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행하는 가장 달콤한 구속…스위트룸에 갇혀보다
“거울이 달린 천장, 얼음 위 핑크빛 샴페인 …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사로잡힌 죄수들이에요.”

1970년대 이글스가 부른 ‘호텔 캘리포니아’에 나오는 가사다. 이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벤츠 자동차를 타고 티파니 보석을 두른 채 밤새 방에서 축제를 벌인다. “체크인은 마음대로지만, 체크아웃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곡은 끝난다. 당시 평론가들은 지나친 소비와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사회를 비판하는 노래로 해석하기도 했다.

50여 년이 흘렀지만, ‘자발적인 죄수’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최고급 호텔에서의 멋진 하룻밤을 꿈꾸기 시작했다. 발아래 펼쳐진 눈부신 야경을 조명 삼아 와인 잔을 부딪치기도 하고, 포근한 침대에서 게으른 아침을 맞이하는 호사를 누린다.

그렇게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suite room)’은 답답한 일상의 쉼표이자 최적의 여행지가 됐다. 스위트룸에선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맡겨도 된다. 침실과 응접실 등 2개 이상의 방이 연결된 넓고 탁 트인 스위트룸은 호텔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장소다. 최상급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최고의 어메니티는 호텔의 품격을 상징하는 도구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스위트룸의 섬세한 서비스다.

스위트룸도 다 같은 스위트룸이 아니다. 할리우드 스타나 세계 각국의 정상, 중동의 부호들이 묵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그중에서도 최상위 룸이다. 하룻밤 1000만~2000만원인 이 룸들엔 VIP를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 전담 집사, 경호원, 조리사 등 전용 인력이 24시간 함께한다. 룸 안에 대형 수영장과 사우나가 있는 곳도 있다.

돈을 낸다고 다 머물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반인의 예약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요즘은 100만원 안팎의 스위트룸도 많다. 스위트룸에 맞는 다이닝 이벤트와 파티 패키지도 시즌마다 사람들을 유혹한다.

나를 위한 최고의 하루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스위트룸에서의 하룻밤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통장에서 빠져나간 금액 이상의 새로운 활력과 영감이 떠오를지 모른다.

“때때로 생각은 더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는 알랭드 보통의 이야기가 ‘자발적 죄수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정소람/이미경/한경제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