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1일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일시 휴전’을 선택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2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검수완박 법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와 국민의힘의 총력 저지 선언, 그리고 확산하는 당내 속도 조절 요구 등을 고려해 법안 처리를 위한 1차 관문인 안건조정위 구성을 보류했다. 박 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밤늦게까지 법안에 대한 추가 협상을 벌였다.

민주당 입법 폭주 일단 숨 고르기

박광온 법사위원장(민주당 소속)은 이날 저녁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오늘 안건조정위 구성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소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추가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의총 결과에 따라 잠시 보류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서 여야는 이날 박 위원장에게 안건조정위원 추천 명단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야 각 3인, 총 6인의 안건조정위는 구성되지 않았다.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라 안건조정위는 6명의 의원 가운데 4명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을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야당 측 비교섭단체 의원으로 합류하기 위해 지난 20일 탈당을 감행했다. 여당 의원 3명에 민 의원을 더하면 4 대 2로 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서도 ‘속도 조절’ 요구 확산

당초 민주당이 안건조정위를 기습적으로 열어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협상을 택했다. 여기엔 박 의장의 중재 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출신인 박 의장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당 지도부가 박 의장을 설득하지 못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거센 반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모든 의원과 보좌진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안건조정위가 열리는 즉시 회의실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항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법률로 금지해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공백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검수완박 입법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지도부의 속도 조절 요구가 잇따랐다. 김병욱·박용진·조응천·이소영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의 무리한 입법 강행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민 의원과 함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최측근인 ‘7인회’ 소속으로, 이재명계 내에서도 검수완박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박 의장 중재안 통할까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여야 간 중재안이 마련될지, 그렇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박 의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박 의장이 끝내 상정을 거부한다면 법안의 4월 국회 내 통과는 불가능해진다. 박 의장의 임기는 5월 말까지다. 이후 검수완박에 우호적인 의장이 선출되더라도 윤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박 의장은 직접 중재안을 마련해 여야 원내대표에게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 측 관계자는 “지난 20일부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중재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김오수 검찰총장을 수차례 면담하며 들은 의견 등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여야의 협상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