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퇴사후 개발자의 꿈 키워…판타지 게임으로 '대박 신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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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미야자키 히데타카 프롬소프트웨어 CEO
나를 키운 9할은 '가난'
친구가 권한 게임이 바꾼 인생
연이은 히트작 '미다스 손'
나를 키운 9할은 '가난'
친구가 권한 게임이 바꾼 인생
연이은 히트작 '미다스 손'
“저는 꿈도, 야망도 없었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20대 후반 무렵 ‘꿈’을 찾아냈다. 우연히 친구가 권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중소 게임사의 말단 직원으로 겨우 입사했다. 경험은 없었지만 열정이 있었던 그는 ‘망한 작품’이라고 여긴 게임을 성공시켰다. 회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사가 됐다. 프롬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얘기다.
미야자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1974년 일본 시즈오카시에서 태어난 그의 부모는 책을 사줄 여유가 없었다. 어린 미야자키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게이오대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그는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오라클에 입사한다. 게임 회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집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동생의 학비를 충당해야 했다. 꿈과 야망 없이 일하던 그의 인생은 친구가 권한 게임 ‘이코(ICO)’로 바뀌었다. 미야자키는 당시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그 게임은 가능성을 일깨웠다. 이런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만 컸던 29살의 미야자키를 받아주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당시 일본에선 종신고용의 개념이 고착돼 있었다. 졸업 후 한 곳에 입사해 평생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임과 관련이 없는 사회과학을 전공했다는 것도 약점이었다.
중소 게임사인 프롬소프트웨어는 그를 받아준 회사였다. 프롬소프트웨어는 사무용 회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에서 게임 회사로 변신하고 있었다. 나이 서른에 그는 그렇게 말단 직원으로 새 출발 했다.
입사 후 그는 다른 팀에서 개발 중인 ‘데몬즈소울’이라는 게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사에서는 이미 ‘실패작’으로 낙인찍혔지만 미야자키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항상 만들고 싶었던 판타지 게임이라는 사실, 그리고 모두가 포기한 실패작이라는 말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게임의 마무리를 맡은 그는 ‘망한 게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내 맘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꿈꿨던 모든 요소를 넣으며 게임을 완전히 바꿨다.
하지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데몬즈소울은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꼽히는 도쿄게임쇼에서 혹평받는다. 판매량은 당시 게임의 배급을 맡았던 소니가 예상한 것보다 더 적게 나왔다. `1주일 동안 2만 장을 파는 데 그쳤다.
이후 그가 손을 대는 게임은 모두 ‘대박’을 쳤다. 2011년에는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다크소울’을 출시했다. 1주일 만에 전작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난도가 매우 높았다. 이용자로 하여금 수없이 많은 ‘죽음’ 메시지를 마주하게 하는 그의 게임은 어느새 새로운 장르가 된다. 비슷한 게임이 대거 등장하며 이용자들이 다크소울과 비슷한 특징이 있는 게임은 모두 ‘소울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14년 일본의 ‘미디어 재벌’로 꼽히는 가도카와가 프롬소프트웨어를 인수한다. 그리고 미야자키는 프롬소프트웨어 사장으로 승진한다.
2021년엔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시상식인 골든조이스틱어워즈에서 역사상 최고의 게임으로 다크소울이 선정됐다. ‘젤다의 전설’ ‘마인크래프트’ ‘마리오’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쳤다. 시상식을 주관한 게임즈레이더는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10년 뒤에도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스토리텔링 기법과 세계관 측면에서 다크소울과 같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아직 그의 성공기는 진행 중이다. 올해로 48세인 미야자키는 지난 2월 25일 게임 ‘엘든링’을 선보였다.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작가 조지 R.R 마틴과 손잡았다. 시장은 그의 컴백을 뜨겁게 환영했다. 엘든링은 출시 20일 만에 세계 누적 판매량 1200만 부를 돌파하며 프롬소프트웨어 전작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게이머와 비평가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모회사 가도카와와 엘든링의 배급을 맡은 반다이남코 주가는 이날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 미야자키 CEO는
△일본 시즈오카시 출생
△일본 게이오대 사회과학부
△미국 오라클 재직(회계 담당)
△프롬소프트웨어 입사(기획 감독 시나리오 등 담당)
△프롬소프트웨어 사장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그는 청소년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20대 후반 무렵 ‘꿈’을 찾아냈다. 우연히 친구가 권한 게임을 하다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중소 게임사의 말단 직원으로 겨우 입사했다. 경험은 없었지만 열정이 있었던 그는 ‘망한 작품’이라고 여긴 게임을 성공시켰다. 회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사가 됐다. 프롬소프트웨어 최고경영자(CEO)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얘기다.
대기업 그만두고 중소 게임사 입사
“찢어지게 가난했다.”미야자키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1974년 일본 시즈오카시에서 태어난 그의 부모는 책을 사줄 여유가 없었다. 어린 미야자키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게이오대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그는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오라클에 입사한다. 게임 회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집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았다. 여동생의 학비를 충당해야 했다. 꿈과 야망 없이 일하던 그의 인생은 친구가 권한 게임 ‘이코(ICO)’로 바뀌었다. 미야자키는 당시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그 게임은 가능성을 일깨웠다. 이런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만 컸던 29살의 미야자키를 받아주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당시 일본에선 종신고용의 개념이 고착돼 있었다. 졸업 후 한 곳에 입사해 평생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게임과 관련이 없는 사회과학을 전공했다는 것도 약점이었다.
중소 게임사인 프롬소프트웨어는 그를 받아준 회사였다. 프롬소프트웨어는 사무용 회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에서 게임 회사로 변신하고 있었다. 나이 서른에 그는 그렇게 말단 직원으로 새 출발 했다.
입사 후 그는 다른 팀에서 개발 중인 ‘데몬즈소울’이라는 게임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회사에서는 이미 ‘실패작’으로 낙인찍혔지만 미야자키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항상 만들고 싶었던 판타지 게임이라는 사실, 그리고 모두가 포기한 실패작이라는 말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게임의 마무리를 맡은 그는 ‘망한 게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내 맘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꿈꿨던 모든 요소를 넣으며 게임을 완전히 바꿨다.
하지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데몬즈소울은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로 꼽히는 도쿄게임쇼에서 혹평받는다. 판매량은 당시 게임의 배급을 맡았던 소니가 예상한 것보다 더 적게 나왔다. `1주일 동안 2만 장을 파는 데 그쳤다.
시대 역행 감성으로 새 장르 만들어
하지만 반전이 찾아왔다. 게이머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데몬즈소울은 당시 게임의 최신 트렌드를 완전히 역행하는 감성을 가진 게임이었다. 한마디로 너무 어려웠다. 모두가 불문율로 여겨왔던 ‘강한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았다. 죽으면서 성장해야 했다.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게이머들을 사로잡았다. ‘패기와 인내’로 성장하는 캐릭터와 어려운 적들을 죽임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은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커뮤니티가 형성되며 게이머들은 자발적으로 게임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일본 전국에서 매진 사태가 벌어졌다. 유럽,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이후 그가 손을 대는 게임은 모두 ‘대박’을 쳤다. 2011년에는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다크소울’을 출시했다. 1주일 만에 전작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난도가 매우 높았다. 이용자로 하여금 수없이 많은 ‘죽음’ 메시지를 마주하게 하는 그의 게임은 어느새 새로운 장르가 된다. 비슷한 게임이 대거 등장하며 이용자들이 다크소울과 비슷한 특징이 있는 게임은 모두 ‘소울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2014년 일본의 ‘미디어 재벌’로 꼽히는 가도카와가 프롬소프트웨어를 인수한다. 그리고 미야자키는 프롬소프트웨어 사장으로 승진한다.
최신작 ‘엘든링’도 대성공
사장이 된 뒤에도 그의 성공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그는 게임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전염병이 창궐한 세상을 그려낸 ‘블러드본’, 다크소울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다크소울3’, 닌자가 주인공인 ‘세키로’ 등의 디렉터를 맡았다.2021년엔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 시상식인 골든조이스틱어워즈에서 역사상 최고의 게임으로 다크소울이 선정됐다. ‘젤다의 전설’ ‘마인크래프트’ ‘마리오’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쳤다. 시상식을 주관한 게임즈레이더는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10년 뒤에도 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스토리텔링 기법과 세계관 측면에서 다크소울과 같은 완벽한 균형을 이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아직 그의 성공기는 진행 중이다. 올해로 48세인 미야자키는 지난 2월 25일 게임 ‘엘든링’을 선보였다.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작가 조지 R.R 마틴과 손잡았다. 시장은 그의 컴백을 뜨겁게 환영했다. 엘든링은 출시 20일 만에 세계 누적 판매량 1200만 부를 돌파하며 프롬소프트웨어 전작들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게이머와 비평가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모회사 가도카와와 엘든링의 배급을 맡은 반다이남코 주가는 이날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 미야자키 CEO는
△일본 시즈오카시 출생
△일본 게이오대 사회과학부
△미국 오라클 재직(회계 담당)
△프롬소프트웨어 입사(기획 감독 시나리오 등 담당)
△프롬소프트웨어 사장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