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조세범죄수사는 전문적 영역일뿐더러 국제관계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이를(경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습니다”(배용원 서울북부지검장)

22일 오전 서울북부지검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수완박 법안이 조세범죄의 수사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 지적했다. 북부지검은 조세범죄중점청으로 지정돼 관련 수사를 중점적으로 진행해왔다. 배 지검장은 "전문화된 조세 범죄를 경찰에 맡기면 사건이 증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大檢 "경찰 인권침해 우려"…경찰 "심한것 아니냐"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놓고 검찰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경찰의 역량 부족과 부실한 수사 등을 잇따라 지적하고 나섰다. 중간에 끼인 경찰은 공식적인 반박은 내놓지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다.

지난 20일엔 대검찰청이 직접 나서 2017년 경남 거제에서 벌어진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묻지마 살인' 사건 등 20건에서 경찰의 수사가 미흡해 보완수사·재수사를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대검은 "작년말 청약통장 불법 전매 사건의 경우 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바꾸지 않자 사건 기록을 송부받아 전면 재수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대검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피의자는 인권침해를 받을 염려가 훨씬 높고 전문시설과 인력이 없어 수용자 처우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최근까지 경찰의 독자적 구속기간을 폐지·축소하자는 논의를 진행했다"고까지 지적했다.

경찰은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속만 끓이고 있다.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부에선 불만도 나온다. 총경급 경찰 간부는 "경찰 수사단계에선 구속 기간이 짧아서 물리적 한계가 있고 모든 강제수사 영장은 검찰이 관여해야한다"며 "수사를 함께 해놓고 뒤돌아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찰관을 모욕하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그는 "경찰은 무능하고 무식하고 부패한 집단이라 검사만이 범죄를 척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만하다"며 "현장에서 사투 중인 경찰관들을 검사들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조롱하면 안된다"고 했다. 한 경무관급 경찰 간부는 "검찰이 입맛에 맞는 사건만 골라 처리하고 귀찮은 일은 경찰에 다 떠넘기면서 경찰 탓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찰 수뇌부와 현장의 온도차이

이와 별개로 검수완박에 대해선 경찰 수뇌부와 수사 현장 간의 온도 차이가 뚜렷하다. 경찰 간부와 비수사 부서에선 검수완박이 시행되면 경찰의 위상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경찰의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회장단 명의로 “5만3000명의 (직협) 회원들은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반면 수사 담당 부서에선 검수완박으로 인한 업무량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검찰 내부망 '폴넷'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업무량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팀장급 경찰관은 “검수완박이 우리에게 주는 건 매일매일의 야근뿐”이라고 토로했다. 폴넷에선 “(직협이) 동의나 합의 없이 경찰 전체 입장인양 쉽고, 성급하고, 간략하고, 가볍게 (입장을) 밝히는 데 우려를 표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에선 “수사 한번 안 해보고 행정·기획으로만 (자리에) 올라온 정치 경찰들이 수뇌부”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약 2700명의 수사 인력 보강을 행정안전부 등에 요청했지만, 440여명이 증원된 상황이다. 지난해 1월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경찰서는 업무 과부하를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해 1~10월 수사관 1인당 맡고 있는 사건은 17.9건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 15건에 견줘 19.3% 늘어났다. 사건이 몰리는 서울의 일선 경찰서에서는 수사관 한명이 사건 50~200건을 담당할 정도로 사건 부담이 과중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건당 61.9일로 전년(53.2일)보다 8.7일이 늘었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한 비율은 10.9%로 전년(4.6%)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