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는 우울한 기분, 의욕 저하, 식욕 감소, 불면증, 만성 피로, 죄책감…. 우울증 환자가 겪는 대표적 증상들입니다. 최근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100만 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보통 우울증을 진단받으면 항우울제 등 약물을 복용하거나 전문가와 상담합니다.

그런데 ‘100만’ 우울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마인드스팀’이 22일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의 첫 적용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마인드스팀은 ‘전자약’입니다.

전자약은 신경계에 전기·초음파 등 자극을 줘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입니다. 앱·게임·가상현실(VR) 등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가 소프트웨어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전자약은 하드웨어가 중심입니다. 현재 국내외에서 편두통, 치매·파킨슨병, 수면무호흡증, 코로나19 등 다양한 질병에 걸쳐 전자약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인드스팀은 우울증을 타깃으로 한 의료기기입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기능이 떨어진 우울증 환자의 전두엽에 미세 전기자극을 줍니다. 인체에 해롭지 않을 정도의 자극을 줌으로써 전두엽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바로 ‘tDCS(경두개 직류자극법)’입니다. 와이브레인이 경증·중등증 우울증 환자 65명에게 마인드스팀을 6주간 적용했더니 증상이 완전히 없어진 사람(관해율)이 62.8%였습니다. 일반 항우울제보다 증상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는 설명입니다. 와이브레인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국내에서 tDCS가 먼저 제도권의 사용 허가를 받게 됐다”고 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 마인드스팀 시판허가를 내줬지만, 실제 병원에선 1년간 마인드스팀을 제대로 처방하지 못했습니다. 전자약이란 개념이 그동안 없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만 현장에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로 따지면 ‘혁신 신약(first-in-class)’인 셈이죠. 이번에 보건복지부는 마인드스팀을 병원에서 시범 적용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해줬습니다.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제 우울증 환자들은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마인드스팀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의료진이 전류 강도, 자극 시간, 빈도 등 처방 정보를 입력하면 환자는 처방 내역이 저장된 휴대용 모듈과 전기자극 헤어밴드를 받아 집에서 치료할 수도 있습니다. 와이브레인은 마인드스팀을 동네 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먼저 보급할 계획입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