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덕담 속 "대의 갖고 임해달라"…金도 "정성 쏟으면 발전" 화답
靑 "희망적 표현 담겼으나 예단 어려워"…'도발 자제' 명확한 표현은 없어
尹 당선인 측과 소통하며 다음 정부서 대화 기조 지속하는 데 주력할 듯
文, 마지막 친서에서 '대결보다 대화' 당부…北 호응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사실상 마지막 친서에서 다시 한번 무력시위가 아닌 대화의 필요성을 당부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잇따르고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는 상황에서 막판까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막아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하는 등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일각에서는 북한이 긴장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친서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및 핵실험 강행 가능성으로 경색된 한반도 안보 정세에 큰 국면 전환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임기말 '덕담'의 의미를 넘어 실제 북한의 행동변화를 끌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정권이 교체돼 카운터파트가 바뀌는 상황에서 퇴임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제대로 호응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에도 남북 대화 성과에 공감대
문 대통령은 20일에 보낸 친서에서 "아쉬운 순간과 벅찬 기억이 교차하지만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임기 내 남북 정상 간 대화를 평가했다.

김 위원장 역시 이튿날 보내온 답신에서 "우리가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 못했지만 역사적 선언과 합의를 내놨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언급했다.

'하노이 노딜'로 남북 대화가 교착돼 이후 구체적인 진전이 사실상 없었으나 대화를 진전시키려는 노력의 성과만큼은 공감대를 이룬 셈이다.

청와대가 앞서 남북 정상이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의 소통으로 쌓아 온 정상 간의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잊지 않고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할 것"이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北 발표에 없었던 文의 대화 메시지…'김정은 제 갈 길 갈 것' 분석도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올해 들어 꾸준히 이어지는 무력시위를 중단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의 대의를 갖고 대화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준비 징후 등 변수가 임기 내 공들여온 남북 평화 무드를 깨고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의 긴장 조성 행위 탓에 한반도 정세가 강대강 대치로 회귀한다면 현 정부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마저 그 빛이 바랠 수 있다.

중재자 역할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등에 공을 들였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대화의 전체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을 우려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 다행인 점은 김 위원장 역시 "남북이 계속해서 정성을 쏟아 나가면 얼마든 남북 관계가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한 점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이를 두고 "긍정적, 희망적 표현이 담긴 것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노력에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로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되고 풍계리 핵실험 준비 활동도 있다"며 "상황 변화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도 남한의 정권이 교체돼 새로운 카운터파트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무력시위라는 카드를 배제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한이 이날 오전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 소식을 전하면서 대화를 강조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소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한다.

결국 김 위원장이 새 정부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제 갈 길을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측이 "문 대통령은 담담하게 회신을 받았다"며 문 대통령이 지나친 기대를 내비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 靑 "평화 굳건하게 제도화해야"…대화 기조 잇는 데 주력
임기를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현 정부에서 닦은 대화 기조를 다음 정부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의 성과를 토대로 대결보다는 대화 기조를 정착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이것을 토대로 평화를 굳건하게 제도화해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청와대의 바람이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도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핵무기가 있고 핵 개발을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대가 대화에 안 나올 때 우리가 끊임없이 당근만 던져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행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제기해왔던 현 정부의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른 만큼 새 정부에서는 대북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