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에 배신감…특수 라인 검사들만 남기고 나머지 버려" 반발
법조계에서도 비판 쏟아져…"1% 권력 싸움에 99% 서민 사건 외면"
"반성 부추기고 뒤통수…정치권 수사 차단" 검찰 분노·허탈(종합)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대해 여·야가 수용 의사를 밝히자 검찰 안팎에서는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지휘부는 중재안에 반대하며 모두 사의를 밝혔고, 검찰 외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장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를 통해 8개 안으로 구성된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양당에 전달했다.

중재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고, 검찰 수사 범위였던 6대 범죄 중 공직자 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 범죄·대형 참사를 삭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 권한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되면 폐지된다.

특수부서 감축에 특수부 검사 인원 제한, 경찰 송치사건 등의 별건 수사 제한 등도 중재안에 담겼다.

검찰은 사실상 공소청으로 남게 된다.

여·야는 중재안에 대한 수용 의사를 밝히고, 4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반성 부추기고 뒤통수…정치권 수사 차단" 검찰 분노·허탈(종합)
◇ 즉각 사표 낸 김오수…檢 내부 "배신감 서운함 커"
김 총장은 중재안을 여·야가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대변인실을 통해 "검찰총장은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진 대검차장과 전국 고검장들 김 총장의 뒤를 이어 일제히 사의를 밝혔다.

대검 역시 별도 입장문을 내고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당혹감과 허탈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현직 검사는 여야 합의 결과가 전해진 후 "결국은 검찰 출신인 윤석열 당선인도 이 법안을 받아들였다는 건데, 그에 대해 서운함과 배신감이 너무 크다"며 "특수 라인 검사들은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계속 수사를 할 거고, 나머지 검사들은 그냥 버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검사회의나 부장검사회의 모두 검찰 자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부추긴 것"이라며 "정치권에 놀아나다 뒤통수를 맞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직 지청장은 "각계 의견 수렴을 하자던 야당마저 결국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법안이 나오니 바로 입장을 뒤집고 같은 배를 탔다"며 "국회와 청와대는 '방탄'이 됐고, 피해는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성 부추기고 뒤통수…정치권 수사 차단" 검찰 분노·허탈(종합)
◇ 중재안 내용·합의 과정에 대한 비판도 …"졸속 입법"
검사들은 해당 중재안이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악의적인 법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중재안의 취지는 본인들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지금 법안과 달라진 게 없고 정치권 수사를 못 하게 하겠다는 속내만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단계적인 검찰 말살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특수부 검사를 살리는 중대 범죄수사청 입법을 추진함으로써 검찰 내부를 갈라치기하고, 여·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안"이라고 지적했다.

반나절 만에 이뤄진 중재안 합의가 졸속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국회 의장의 중재안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 없이 짧은 시간에 추진하는 것은 졸속 입법"이라며 중재안의 내용을 봐도 기존 검수완박 법안과 차이가 없다"고 반발했다.

그동안 검찰과 학계에서 낸 의견들이 중재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담아 국회의장께 전하는 호소문을 작성하기도 했는데 차라리 민주당 원안이 낫겠다"며 "호소문을 쓴 내 손을 찍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반성 부추기고 뒤통수…정치권 수사 차단" 검찰 분노·허탈(종합)
◇ 검찰 외부서도 비판 여론…"1%의 권력 싸움에만 관심"
검찰 외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새로 청 하나 만든다고 저절로 부실 수사나 과잉 수사가 통제되는 것이 아님에도 정치권은 그 1%의 권력 싸움에만 혈안이 되어 나머지 99%의 민생 서민 사건에 대한 아무 고려가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 역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정치적 타협"이라며 "인지수사 폐지나 축소를 하려면 대체기구나 조직 등의 신설·개편을 패키지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양 변호사는 이어 "민주당 개정안의 구속·압수물 처분·사법경찰관의 재판 참여 등에 관한 규정, '단일성·동일성'과 관련한 규정 등에 관한 문제로 또 다른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