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서부와 유럽 노선 등 모든 노선 운임이 하락세를 보였다. 해운운임은 코로나19에 따른 선복량(적재공간) 부족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유례없이 상승하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 2000포인트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4월 3000포인트, 7월 4000포인트, 12월엔 5000포인트를 연이어 돌파했다.
무역업계는 운임 하락세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저하와 함께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생산성 둔화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경제수도’ 상하이 전체를 4주째 봉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상하이항 앞바다엔 통상 40척 가량이 항구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했다”며 “상하이 봉쇄 이후엔 60척 정도가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회전률이 급감했지만, 상하이항을 떠나는 물동량 자체가 급감하면서 선복량이 줄어 운임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봉쇄 해제 이후 상하이발(發) 물량이 갑자기 쏟아지며 이른바 ‘병목현상’에 따른 해운운임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2분기는 물동량이 증가하는 해운업계 성수기다.
증권업계는 올 상반기에 해운운임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치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은 글로벌 물류대란이 올해 하반기 또는 2023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운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운사와 계약을 앞둔 기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보통 대기업은 포워딩(종합물류) 업체를 통해 해운사와 6개월~1년가량 장기계약을 맺어 선복을 확보한다. 이와 달리 대부분 중소기업은 스폿 계약을 통해 물건을 실어나른다. 통상 컨테이너선당 60~70%가량은 장기계약 물량이며, 나머지는 스폿 물량으로 배정된다.
기업으로선 현 운임 수준에서 장기계약을 맺었다가 향후 운임이 하락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반면 운임이 더 낮아질 때까지 계약을 늦췄다가 운임이 다시 오르면 자칫 배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앞으로 운임 수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형 계약을 맺기가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강경민/남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