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범죄 수사권, 2개 범죄로 축소…직접수사권마저 '한시적' 명문화
경찰·공수처·신설 중수청에 수사권 분산 이관…송치 사건 보완수사도 제한
4개월 시행 유예 뒀지만 일선 혼란 불가피
박의장 중재안, 검수완박 대못…검찰, 공소권만 남기고 해체(종합)
극한으로 치닫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 속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22일 내세운 중재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보다는 한발 물러선 내용이지만 최종적으로는 검수완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검찰은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수완박'을 시기만 늦췄을 뿐 피할 수 없게 됐다.

70년 넘게 유지돼왔던 검찰의 수사권한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중대범죄수사청 등에 분산되고, 검찰은 기소와 재판만 맡는 공소유지청(공소청)으로 격하될 전망이다.

중재안은 현재 검찰청법 4조 1항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한정한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2개로 대폭 축소했다.

뇌물·정치자금 관련 범죄나 기업·자본시장·조세 등에 관련된 범죄 외에는 검찰이 자체 수사에 착수할 수 없고 경찰에 1차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중재안은 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한시적'이라고 못 박고,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도록 했다.

'2개 범죄'로 국한해 일부 남겨 놓은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 역시 다른 기관들의 준비가 마무리되면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선언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여러 차례 축소·개편을 거쳤던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도 다시 한번 감축된다.

중재안은 현재 전국 검찰청에 6개 남아있는 특별수사부(현 반부패·강력수사부)를 3개로 감축하고, 남겨질 특수부 검사 수도 제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문무일 검찰총장 시기인 2018년 7월 창원·울산지검 특수부를 없앤 것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특수부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고, 서울·대구·광주 3개 지방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검찰청의 특수부를 형사부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다시 강력수사까지 아우르는 '반부패·강력수사부'로 명칭이 바뀌었고, 2019년 폐지됐던 부산지검 특수부가 부활한 바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경찰이 송치했거나 고소인 등이 불송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한 경우에도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중재안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유지하되,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는 금지했다.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른바 '별건수사'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검찰이 직접 피의자·참고인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경찰의 부실·과잉 수사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절충안이지만, 송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다른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도록 한 셈이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송치된 단순한 사건도 파헤쳐 보면 조직적인 범죄와 연루된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단일성·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하라고 하면, 경찰이 송치한 대로만 기소하거나 불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명목상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을 두고 있다지만 '단일성', '동일성' 요건 때문에 경찰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범죄가 있더라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폭은 매우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박의장 중재안, 검수완박 대못…검찰, 공소권만 남기고 해체(종합)
김오수 검찰총장이 전날 박 의장에게 제안한 국회 내 형사사법제도 개혁 특위 구성안도 중재안에 '사법개혁특위'로 반영됐다.

중재안은 사법개혁특위의 주된 논의 사항으로 '한국형 연방수사국(FBI)'이라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중수청) 설치 방안을 제시했다.

검찰이 담당하던 6대 중대범죄를 완전히 경찰로 이관하기보다는, 별도의 중수청을 설립해 맡기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6개월 내에 중수청법을 통과시키고, 1년 내로 중수청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중재안에 따른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4개월 내로 4개 유형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이 우선 사라지고, 중수청 설치가 끝나는 1년 6개월 뒤에는 부패·경제범죄 수사권도 사라진다.

민주당 내 검수완박 강경파이자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은 지난해 2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나, 현재 검수완박 입법 논의에서는 제외돼 있다.

박 의장이 사법개혁특위 주된 논의사항으로 중수청 설치를 언급하면서 황 의원 등이 발의한 중수청법 역시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에 설정된 유예기간 3개월이 입법 공백을 막기에는 너무 짧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박 의장 중재안 역시 유예 기간을 4개월로 두고 있고, 이달 중 법안 처리를 목표로 잡고 있어 현장 도입 과정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