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동안 예·적금 금리는 찔끔 상승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2년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20조원의 순이익을 낼 때 가계가 이들 은행에 진 빚은 네 배에 달하는 80조원 늘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는 작년 12월 연 1.55%포인트에서 올 2월 연 1.86%포인트로 확대됐다. 신규 취급액 기준 총대출 평균금리에서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를 뺀 수치다. 대출금리가 연 3.25%에서 연 3.56%로 오르는 동안 수신금리는 연 1.7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대출금리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이날 기준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형이 연 3.97~6.39%, 변동형은 연 3.42~5.35%를 나타냈다. 지난 1월 3일 고정형이 연 3.68~5.40%, 변동형이 연 3.51~5.07%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단이 최대 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신용대출 금리는 1월 연 3.23~4.73%, 이날 연 3.83~6.08%로 상승 폭이 더 컸다.

주요 대출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5년, AAA)가 1월 3일 연 2.339%에서 전날 연 3.446%까지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 이처럼 대출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중소기업과 가계는 빚을 늘렸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20년 3월 455조4912억원에서 올해 3월 567조8414억원으로 25%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올해 들어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 2년으로 보면 619조9881억원에서 703조1937억원으로 13% 늘었다.

반면 수신금리 인상 속도는 더디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시중자금이 정기예금 대신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으로 몰리면서 은행들의 수익성은 더 좋아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올 1월 666조7769억원에서 지난달 659조4863억원으로 감소할 때 요구불예금 잔액은 700조3291억원에서 727조1681억원으로 불어났다.

증시 불안정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으로 몰렸고, 금리 상승 추이를 지켜본 뒤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는 관망 심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