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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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미국) insoo.pyo@BKL.co.kr
![[한경에세이]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것](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07.29148214.1.jpg)
선택의 순간에 서면 간절함이 필요하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서 간절함이 깊어지면 ‘표지’가 보인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는 꿈을 통해 간절함을 키우고 그 간절함이 표지를 통해 결국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표지는 바깥의 문을 닫아걸고 내면의 인내를 통해 바닷가의 차돌과 같이 반들반들해지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장석주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내면의 ‘천둥과 벼락’이 있어야만 바깥의 ‘대추 한 알’이 익는다. 그리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그래도 선택이 어려우면 이른 아침 혼자서 고요히 산길을 걸어 보라.
선택의 순간에는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선택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하면 선택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고 내면의 다툼도 없다. 욕심이 지나치면 선택으로 인한 부담은 몇 배가 된다. 삶의 어려움은 대부분 더 가지려고 하거나 더 높은 곳에 오르려고 하면서 생긴다. 요행을 바라거나 지나침으로 인해 발밑에 있는 돌부리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인간의 짧은 지혜로 선택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그리고 선택의 결과가 어떨지 누가 제대로 알까. 때로는 처음에 잘한다고 했던 결정이 후일 잘못된 결정일 수도 있으며 잘못한 결정이라고 생각한 것이 결국 오히려 잘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마치다 준은 《얀 이야기》에서 이스탄불 보스포로스 해협의 안개 자욱한 해변에서 만난 점쟁이 토끼 ‘얀’의 입을 빌려 속삭인다. “삶은 불가사의하고 내일은 알 수 없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