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급격한 기후 변화…나무의 생존전략은
숲속 나무의 수명은 200~300년이다. 천 년을 사는 나무도 있다. 그 오랜 시간을 견디는 나무들은 극심한 기후 위기에 어떤 생존 전략을 짜고 있을까.

《나무의 긴 숨결》 저자는 독일의 자연보호운동가이자 20년 넘게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한 페터 볼레벤이다. 기계로 나무를 베어내 비싼 값에 팔아넘기는 일을 했던 그는 안정된 공무원을 그만두고 숲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직면한 나무들이 어떤 방법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지, 인간의 개입이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다룬다.

나무는 가뭄과 더위 등 기후 변화에 맞닥뜨렸을 때 아주 천천히 변화한다. 가뭄이 찾아오면 나무는 광합성을 중단한다. 잎이 호흡을 멈춤으로써 햇빛을 받아 만드는 포도당을 더 이상 생성하지 않는다. 다가올 겨울을 위해 비축해둔 저장품을 먹고 산다. 가뭄이 계속되면 뿌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잎사귀부터 떨어뜨린다. 간혹 8월에도 헐벗은 나무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겨울이 오기까지 최소한의 활동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나무들은 이듬해 봄이 되면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한다.

저자는 ‘야생의 숲’을 ‘나무 농장’으로 바꾼 인간들의 야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간은 목재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가능하면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심거나 품종을 개량했다. 대규모 농장에서 자란 나무는 질병과 자연재해 등에 취약해 때때로 숲에 구멍이 뚫리고 만다. 다가오는 기후 위기에 맞서 저자는 인간들에게 겸손할 것을 가르친다. 기후 위기는 그동안 인간이 축적해 온 식물 성장을 위한 조건에 대한 지식을 한순간에 뒤집을 수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해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 나무의 재생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오히려 숲의 자가 치유를 방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숲이 스스로 저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