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함으로써 한 달 가까이 나라를 뒤흔든 ‘검수완박 사태’가 극적으로 일단락됐다. 국제 정세 불안과 경제 상황의 급변,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중차대한 시점에 여야가 치킨게임을 끝내고 타협에 도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방탄’을 위해 국가 형사사법 체계까지 위협한다는 비판이 컸던 여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요구가 상당 부분 관철된 결과는 꽤나 당혹스럽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전제한 중재안이 실행되면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이 출범하는 1년6개월쯤 뒤에는 검수완박이 완성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6대 중대범죄 중 부패·경제 사건 수사만 중수청 출범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수행하고,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4개 부문 수사는 6개월 내에 경찰로 이관한다.

이는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검수완박, 새 정부 출범 전 입법, 중수청 설립이라는 여당의 3대 요구가 수용된 결과다. 여당에서조차 ‘민주주의 능멸’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검수완박의 시간표를 늦춘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검찰에서는 “여야 간 야합”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만류로 사의를 거둬들인 김오수 검찰총장이 다시 사표를 던진 가운데 현직 고검장 6명도 전원 반발성 사의를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까지 중재안에 동의하면서 극한 충돌의 고비는 넘어갔지만 국민적 반발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여야가 합의한다고 해서 대법원을 포함해 다수 전문가들이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는 검수완박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능해지는 데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다. 두 분야는 권력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인 만큼 법에 의해 신분을 보장받는 검사가 아니면 진행이 어렵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공청회 없이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바람에 범여권인 정의당에서조차 ‘민주주의 테러’라는 지적을 받은 절차적 흠결도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검경수사권 조정 1년여 만에 ‘6법 전서’에 포함되는 형사소송법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사 총량의 감소’로 인해 범죄는 넘치는데 처벌은 실종되는 경우다. 경찰은 지금도 수사력을 의심받고 업무 과중에 시달려 날림 수사가 많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극단적 충돌을 피하고 시간 여유를 확보한 만큼 진정성 있는 후속 논의로 위헌성을 해소하고 국가 수사력을 보존하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