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에 대해 검찰이 ‘지휘부 총사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단계적 수사권 말살”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22일 여야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곧바로 사표를 냈다. 지난 18일 사퇴 의사를 철회한 지 나흘 만이다. 김 총장은 대검찰청을 통해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한 직후인 17일 첫 번째 사의를 밝혔다. 그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뒤 ‘형사사법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립과 ‘검찰 공정성 중립성 강화위원회’ 설치 등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김 총장뿐 아니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7명도 이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구본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이날 사의를 밝혔다.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에 검찰 지휘부 총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대검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 시행 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대검은 오늘 공개된 국회의장 중재안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중대범죄는 1년6개월이 지나면 검찰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특히 단일성과 동일성이라는 요건이 있어서 송치사건에 대해 여죄를 발견한다고 해도 수사할 수 없는 등 보완 수사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 검사들의 불만도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가 ‘한시적’으로 늦춰졌을 뿐 결국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재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위는 6대 범죄에서 부패, 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된다. 이마저 다른 수사기관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폐지된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보완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추가 여죄 수사를 금지하는 것으로 국민의 피해가 예상됨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정치인·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틀어막기 위한 여야 야합”이라며 “헌법과 상식을 저버리고, 형사법 집행 시스템 붕괴를 불러온 의회의 폭거”라고 지적했다.

평검사들도 이날 중재안 반대 입장문을 내고 “공직자범죄,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박탈하려는 것에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김진성/오현아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