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은혜 의원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은혜 의원이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국회 입문 2년의 초선 김은혜 의원이 정치 경력 18년에 두 차례 대선 후보로 나선 유승민 전 의원을 눌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김 의원에게 ‘윤심(尹心)’이 쏠리며 당원 지지세가 몰렸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 경선에 이어 이번에도 당내 경선에서 패한 유 전 의원은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당선인 대변인에서 경기지사 후보로

22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김 의원은 후보 경선에서 득표율 52.67%로 유 전 의원(44.56%)을 꺾고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20~21일 치러진 경선 투표는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50%씩 반영됐다. 김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며 “명품 경기도를 만들고 약속을 지키는 경기도의 ‘철의 여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MBC 기자 출신인 김 의원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으며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21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잇달아 제기해 ‘대장동 저격수’로 불리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장을 거쳐 당선인 대변인을 맡아 윤 당선인 최측근 인사로 꼽혔다.

‘윤심’ 영향 미쳤나

윤심이 이번 경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선 세부 결과를 보면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유 전 의원이 60.31%를 얻어 39.7%인 김 의원에게 우위를 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원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김 의원이 71.18%의 득표율로 28.82%에 그친 유 전 의원을 압도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호도 높은 당선인 대변인 자리를 버리고 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든 것 자체가 윤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이 경기도에 연고가 없다는 점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승민, “여기가 멈출 곳”

유 전 의원은 이번 경선 패배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연달아 후보 경선에서 졌기 때문이다. 애초 유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고민했다. 당 안팎에서 출마 요구가 이어지자 고심 끝에 경선 레이스에 나섰다.

그는 경선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윤 당선인을 겨냥했다.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며 “윤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고 했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김 의원에게 밀리면서 유 전 의원의 당내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4선을 한 유 전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뒤 당내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당 주도권을 장악한 상황도 악재다. 이날 성명에서 유 전 의원은 정계 은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되고 싶었으나 물살은 세고 힘은 부족했다”며 “여기가 멈출 곳”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로는 3선 출신으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선출됐다. 경남지사 후보로는 창원이 지역구인 재선의 박완수 의원이, 울산시장 후보로는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이 확정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