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김정은 친서 교환…"대화로 대결 넘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친서를 교환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친서 교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문 대통령의 지난 5년간 대북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최근 친서 교환을 통해 지난 5년간을 회고하면서 상호 신뢰와 대화 속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 노력을 계속 기울여나가고 있는 데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지난 4월 20일 문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를 받고 21일 회답 친서를 보냈다”며 “(김정은이)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온 문 대통령의 고뇌와 노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아쉬운 순간들이 벅찬 기억과 함께 교차한다”며 “그래도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하고, 북·미 간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 몫이 됐다”며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협력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정은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했던 나날들이 감회 깊이 회고되었다”며 “우리가 희망하였던 곳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회신했다.

통상 정상 간 친서는 내용뿐 아니라 교환 사실 자체가 기밀에 부쳐진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이 먼저 이례적으로 보도하자 청와대도 예정에 없던 브리핑으로 친서 교환 사실을 알렸다.

이번 친서 교환은 특히 북한이 올 들어 지속적으로 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핵실험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다음달 출범하는 만큼 북한이 유화적인 대북 기조를 이어갈 것을 차기 정부에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친서 교환과 관련해 “새 정부에서 듣기를 바라는 내용도 제법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향후 남북관계 악화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다 떠넘기려는 얄팍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