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귀한 작품 선보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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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프랑크·멘델스존·스크랴빈·라프 음악 선사
지난 22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제17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의 개막공연이 열렸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SSF는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행사이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지도 있는 대규모 실내악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공연 기획이 희귀했던 우리 클래식 무대에서 SSF가 보여준 꾸준함과 높은 수준은 의미가 깊다.
SSF는 특정 단체나 몇몇 연주자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음악가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공연이 됐고, 소위 인기 있는 대표작들을 '편식'하는 데서 벗어나 그간 잘 조명되지 않았던 레퍼토리를 국내에 소개하는 '다양성'의 장으로도 각인됐다.
참여와 다양성, 이 두 가지 가치는 문화 나눔의 가치와 어우러지면서 국내 실내악과 클래식의 저변 확대에 확실하게 기여하고 있다.
이날 개막공연은 올해 서거 175주년의 멘델스존, 탄생 225주년의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의 프랑크와 라프, 탄생 150주년의 스크랴빈의 실내악 작품들로 꾸며졌다.
첫 무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열었다.
이들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단악장의 현악 사중주(통상 12번으로 불린다) D 703을 연주했다.
이 작품은 후기 슈베르트를 엿보게 해주는 참신한 발상의 걸작으로 꼽힌다.
고요한 서정과 날카롭게 몰아치는 그로테스크한 공포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후의 13번 '로자문데'나 14번 '죽음과 소녀'를 연상시킨다.
노부스 콰르텟은 상당히 난해한 작품임에도 곡의 매력을 충분히 전해줬다.
어둡고 날카롭지만, 순간순간 반짝이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오스트리아 특유의 유연한 춤곡의 움직임이 빠짐없이 표현됐다.
네 악기의 음향적 밀도, 리듬의 치밀함이 흐트러지는 대목이 있었으나, 축제의 개막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진 프랑크의 '멜랑콜리'는 공연 무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소품이다.
감정을 절제하고 중용을 지키는 편인 프랑크의 감성에 비춰 볼 때 다소 이례적일 만큼 어두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긴 호흡과 부유하는 듯한 선율, 격정적인 순간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면모는 프랑크답다.
한수진과 김다솔은 과장 없이, 차분하고 충실하게 작품의 정서를 전달했다.
1부 마지막 곡은 멘델스존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두 대의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6중주였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불과 15세였던 1824년 만든 작품이다.
더블베이스가 포함되고 비올라가 두 대라는 점이 특이하다.
저음역과 중음역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 작품은 보다 경제적인 작곡법을 체득하지 못한 소년의 과감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모차르트적인 유희적 요소와 낭만적 격정이 혼재하지만 하나를 이루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싱싱한 듣기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한수진, 김상진, 이화윤, 이강호, 추대희, 김다솔의 연주는 모범적이었고, 멘델스존 특유의 음향을 느낄 수 있는 3악장 스케르초와 4악장 피날레의 응집력 있는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2부 첫 곡으로는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의 로망스가 연주됐다.
본래는 호른을 위한 작품이지만 스티븐 이설리스의 첼로 편곡 버전을 강승민과 문지영이 연주했다.
서정적이고 짙은 애수를 들려주는 소품이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 요아힘 라프의 피아노 삼중주 3번 가단조였다.
작품의 전반적인 인상은 다채로웠다.
어두운 격정과 유려한 선율이 공존하는 1악장, 불꽃 튀는 리듬의 스케르초, 코랄 풍의 경건한 주제를 유장한 변주곡으로 풀어낸 3악장, 느린 서주 이후 세 악기가 대위법적으로 어우러지며 음악적 긴장감을 높여나가는 피날레 4악장 등 작품 안에는 들을 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악기들 사이의 관계가 다소 직설적인 점, 격정적인 움직임에 비해 화성 진행의 속도가 점진적이어서 극적인 긴장감이 약하다는 점은 곡이 지니는 뚜렷한 한계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강동석, 강승민, 문지영 세 사람의 앙상블은 라프 작품이 지닌 매력을 잘 전달해 줬다.
참여와 다양성의 가치 아래 관객들은 낯선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도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하게 말이다.
실내악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SSF는 성공리에 개막했다.
축제는 다음 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 아트스페이스 3, 윤보선 고택 등에서 계속된다.
/연합뉴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SSF는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행사이면서, 국제적으로도 인지도 있는 대규모 실내악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공연 기획이 희귀했던 우리 클래식 무대에서 SSF가 보여준 꾸준함과 높은 수준은 의미가 깊다.
SSF는 특정 단체나 몇몇 연주자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음악가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공연이 됐고, 소위 인기 있는 대표작들을 '편식'하는 데서 벗어나 그간 잘 조명되지 않았던 레퍼토리를 국내에 소개하는 '다양성'의 장으로도 각인됐다.
참여와 다양성, 이 두 가지 가치는 문화 나눔의 가치와 어우러지면서 국내 실내악과 클래식의 저변 확대에 확실하게 기여하고 있다.
이날 개막공연은 올해 서거 175주년의 멘델스존, 탄생 225주년의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의 프랑크와 라프, 탄생 150주년의 스크랴빈의 실내악 작품들로 꾸며졌다.
첫 무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열었다.
이들은 슈베르트의 유명한 단악장의 현악 사중주(통상 12번으로 불린다) D 703을 연주했다.
이 작품은 후기 슈베르트를 엿보게 해주는 참신한 발상의 걸작으로 꼽힌다.
고요한 서정과 날카롭게 몰아치는 그로테스크한 공포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이후의 13번 '로자문데'나 14번 '죽음과 소녀'를 연상시킨다.
노부스 콰르텟은 상당히 난해한 작품임에도 곡의 매력을 충분히 전해줬다.
어둡고 날카롭지만, 순간순간 반짝이는 선율의 아름다움과 오스트리아 특유의 유연한 춤곡의 움직임이 빠짐없이 표현됐다.
네 악기의 음향적 밀도, 리듬의 치밀함이 흐트러지는 대목이 있었으나, 축제의 개막을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진 프랑크의 '멜랑콜리'는 공연 무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소품이다.
감정을 절제하고 중용을 지키는 편인 프랑크의 감성에 비춰 볼 때 다소 이례적일 만큼 어두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긴 호흡과 부유하는 듯한 선율, 격정적인 순간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면모는 프랑크답다.
한수진과 김다솔은 과장 없이, 차분하고 충실하게 작품의 정서를 전달했다.
1부 마지막 곡은 멘델스존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두 대의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위한 6중주였다.
이 곡은 멘델스존이 불과 15세였던 1824년 만든 작품이다.
더블베이스가 포함되고 비올라가 두 대라는 점이 특이하다.
저음역과 중음역을 특별히 강조하는 이 작품은 보다 경제적인 작곡법을 체득하지 못한 소년의 과감한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모차르트적인 유희적 요소와 낭만적 격정이 혼재하지만 하나를 이루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싱싱한 듣기의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한수진, 김상진, 이화윤, 이강호, 추대희, 김다솔의 연주는 모범적이었고, 멘델스존 특유의 음향을 느낄 수 있는 3악장 스케르초와 4악장 피날레의 응집력 있는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2부 첫 곡으로는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의 로망스가 연주됐다.
본래는 호른을 위한 작품이지만 스티븐 이설리스의 첼로 편곡 버전을 강승민과 문지영이 연주했다.
서정적이고 짙은 애수를 들려주는 소품이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 요아힘 라프의 피아노 삼중주 3번 가단조였다.
작품의 전반적인 인상은 다채로웠다.
어두운 격정과 유려한 선율이 공존하는 1악장, 불꽃 튀는 리듬의 스케르초, 코랄 풍의 경건한 주제를 유장한 변주곡으로 풀어낸 3악장, 느린 서주 이후 세 악기가 대위법적으로 어우러지며 음악적 긴장감을 높여나가는 피날레 4악장 등 작품 안에는 들을 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악기들 사이의 관계가 다소 직설적인 점, 격정적인 움직임에 비해 화성 진행의 속도가 점진적이어서 극적인 긴장감이 약하다는 점은 곡이 지니는 뚜렷한 한계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강동석, 강승민, 문지영 세 사람의 앙상블은 라프 작품이 지닌 매력을 잘 전달해 줬다.
참여와 다양성의 가치 아래 관객들은 낯선 작품을 만나고, 새로운 감정을 경험한다.
그것도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하게 말이다.
실내악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SSF는 성공리에 개막했다.
축제는 다음 달 4일까지 예술의전당, 아트스페이스 3, 윤보선 고택 등에서 계속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