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 한라IMS 대표가 유류 계측 장치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구 한라IMS 대표가 유류 계측 장치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선박 발주물량의 절반가량을 수주했다. 세계 선박 발주량 920만CGT(259척) 중 457만CGT(표준선 환산톤수·97척)를 차지했다. 점유율 50%는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한 199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전하면서 부산에 있는 조선기자재 업체 한라IMS의 수주 잔액도 덩달아 불어났다.

김영구 한라IMS 대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수주 1000억·매출 1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라며 “조선업 호황이 앞으로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24일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65억원, 수주액은 800억원이다.

한라IMS는 모든 선박마다 적게는 2개, 많게는 10개씩 들어가는 유류 계측 장치 전문기업이다. 선박의 기름탱크를 비롯한 각종 기관의 물과 기름 등의 양을 잰다. 이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60%로 1위에 올라 있다.

시장 지배력을 밑천 삼아 선박에 물과 기름을 넣고 뺄 때 사용하는 원격밸브제어시스템(VRCS) 시장에도 진출해 제2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 에머슨을 비롯한 외국 기업이 독과점해온 시장에서 국산화한 기술을 앞세워 ‘안방’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밸브 제어 시장 점유율이 최근 30%까지 올라왔다”며 “올해는 국내를 넘어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평형수 살균시스템(BWTS)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BWTS는 선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반드시 적정량을 실어야 하는 평형수를 버리기 전에 살균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평형수 폐기 전 살균은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들 세 가지 사업 모두 선박의 신규 건조 확대 및 기존 노후화 선박의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 영향으로 올해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률 1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수주 잔액도 1000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라IMS는 ‘자산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2월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위치한 19만3000평 규모의 광양조선소 부지를 인수한 게 계기가 됐다. 김 대표는 “선박 대조립 및 개조, 풍력 사업을 하려면 대규모 공간이 필요한데,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로부터 부지를 임차하고 싶다는 제안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조립은 선박 건조를 위해 작은 철판 블록을 조립해 커다란 블록으로 제조하는 공정이다. 조선소 부지 내 공간을 빌려줘 임대 이익을 새롭게 창출할 뿐 아니라 한라IMS가 직접 해당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신규 일감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해 화물을 하역하는 데 필요한 구조물인 안벽이 500m 넘게 뻗어있는 것도 이 부지가 가진 강점으로 손꼽힌다. 부지 매각을 의뢰해오는 기업들이 많아 일부 부지를 대상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배경이다. 김 대표는 “세계 조선 시장을 호령하는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처럼 글로벌 조선 기자재 시장을 선도하는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