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오는 28일부터 팜유 수출을 금지한다. 올해 들어 40% 넘게 치솟은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금수 조치가 글로벌 식료품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식량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인니, 팜유 수출 금지…식량난에 기름 부을라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날 밤 “식용유(팜유)와 식용유 원료 수출을 28일부터 추후 고지할 때까지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이번 금수 조치가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에 타격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내 팜유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팜나무 열매에서 채취하는 팜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성 기름이다. 식용유는 물론 가공식품, 화장품, 바이오디젤 연료 등의 원료로 쓰인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팜유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손이 줄자 인도네시아 내 팜유 생산량이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바라기씨유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대체재인 팜유를 찾는 수요는 늘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식용유 소매 가격은 올 들어 40% 이상 뛰었다. 현재 L당 평균 가격은 2만6436루피아(약 2295원)다.

가격이 뛰자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업체들은 수출량을 늘렸다. 시민들은 팜유 품귀 현상에 분노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인도네시아의 갑작스러운 팜유 금수 조치로 세계 식량 위기는 심화할 전망이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밥상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가운데 팜유 공급 부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대두유(콩기름)와 해바라기씨유, 카놀라유보다 값이 싼 팜유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식물성 기름 공급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캐나다에 가뭄이 덮쳐 대두유와 카놀라유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인도네시아가 금수 조치를 발표한 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대두유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전일 대비 4.5% 급등한 파운드(약 0.45㎏)당 83.21센트를 기록했다. 한 인도네시아 식용유 딜러는 “식용유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테스코 등 영국 대형마트는 식용유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전쟁 여파로 식용유 가격이 급등하자 사재기 방지를 위해 내린 조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