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이 나무 밑동에 끼면 어떻게 처리할까. 주말 골퍼라면 “꺼내서 쳐”란 동반자의 ‘선심’에 머쓱한 표정만 지어주면 벌타 없이 해결된다. 하지만 프로무대에선 에누리 없이 1벌타를 받고 꺼내 쳐야 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선 이런 보기 드문 상황이 2주 연속 나왔다. ‘불운의 주인공’은 24일(한국시간) 열린 2인1조 팀 대항전인 취리히 클래식 3라운드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브렌든 그레이스(34). 그레이스가 이날 13번홀(파4)에서 친 티샷은 286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 왼쪽에 있는 나무 밑동에 그대로 박혔다(사진).

잘 친 샷이었지만 나무가 워낙 페어웨이와 가까이 있었다. 나무 사이를 한참이나 들여다본 그레이스는 박힌 공을 이리저리 비튼 뒤 꺼냈다. 크레이그 윈터 미국골프협회(USGA) 규칙 담당 위원장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1벌타를 받아야 한다”며 “이후 공이 박힌 지점으로부터 홀에서 먼 쪽으로 공을 2클럽 이내 공간에 드롭한 뒤 경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스는 공을 드롭한 뒤 나무 근처에서 세 번째 샷을 했다. 그나마 자신의 공인 것을 확인한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로스트 볼’로 처리돼 1벌타를 받고 티박스로 돌아가야 한다.

그레이스는 3온에 성공한 뒤 1퍼트로 마무리했다. 파트너인 게릭 히고(23·남아공)가 버디를 잡아 그레이스-히고 조의 공식 스코어는 버디로 기록됐다. 이날 경기는 두 선수가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더 좋은 성적을 스코어로 삼는 ‘포볼’ 방식으로 치러졌다.

지난 18일 열린 PGA투어 RBC 헤리티지에선 딜런 프리텔리가 친 티샷이 나뭇가지 사이에 들어가는 진풍경이 나왔다. 프리텔리는 마치 도끼질하듯 공을 쳤고, 파를 잡았다. 그는 “내 인생의 샷”이라고 기뻐했으나, 나중에 2벌타를 받았다.

그가 했던 ‘도끼질’이 골프 규정 10.1c에 규정된 ‘플레이 선을 가로지르거나 밟고 선 채로 스트로크한 경우’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플레이 선이란 공과 홀을 잇는 일직선을 말한다. 골퍼는 이 플레이 선 측면에 서서 공을 쳐야 한다. 프리텔리는 홀을 바라본 채 플레이 선에 놓인 공 옆에서 친 게 아니라 공 뒤에서 휘둘렀기 때문에 플레이 선의 연장선을 가로지른 것이 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