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차기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뤄진다. 이번 인사청문회의 가장 큰 쟁점은 후보자 자녀들의 ‘아빠 찬스’ 사용 여부다. 의대 편입부터 취업, 장학금 수령까지 논란 대상도 다양하다.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고위 공직자의 자녀 문제에 대한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잇따르는 ‘아빠 찬스’ 의혹

조국 사태 후폭풍?…청문회 쟁점된 '아빠 찬스'
우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지명 이후 자녀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하는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행사 여부가 쟁점이다. 구술면접에서 딸에게 만점을 준 평가위원들은 정 후보자와 동문이거나 논문 공동 저자 등의 인연이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이 후보자가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로 재직하던 시절, 해당 로펌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이 확인됐다. 아들은 이 후보자가 2019년부터 사외이사로 있는 한국알콜그룹 계열사의 다른 계열사에 지난해 입사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딸이 1억원 상당의 장학금 지원을 받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맡던 시기에 딸이 해당 재단의 장학금 지원자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대기업 계열사에서 대리로 일하며 2017년부터 4년간 연봉 상승률이 두 배에 이르렀다. 해당 기업의 연평균 연봉 인상률은 5%에 그쳐 회사 측이 언론사 중역이던 박 후보자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 변화에 뒤처진 인사 검증

자녀 문제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초기 내각 인선에서는 박희태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의 딸이 외국인특별전형으로 명문대에 입학해 비판을 받아 자진 사퇴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첫 여성 총리로 내정됐던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아들의 이중 국적 및 병역 면제 논란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초기 내각 인선과 관련해 자녀 문제가 전면으로 떠오른 적은 없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조각 과정에서는 음주운전 및 불법 사외이사 겸직으로 지명 32일 만에 사퇴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대부분 본인과 관련된 문제가 주였다. 당시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이번에 유독 자녀 문제가 많이 불거진 이유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를 거치며 자녀의 입학 및 채용과 관련된 국민의 기준이 엄격해졌다”며 “그럼에도 검증시스템은 자녀가 아니라 개인 검증에 머물러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라면 제기된 의혹 중 상당 부분은 큰 논란이 안 됐을 것”이라며 “갈수록 계층화가 심해지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자녀가 특혜를 누리는 데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4일 더불어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 재조정을 주장하면서 25일 청문회 개최 여부도 불확실하게 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