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 아버지 밑에서 내 아이 자라는 꼴 못 봐"
아이 양육권 요구하는 전 남편 가능할까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 3' 극 중 주인공의 사연이다.
극 중 박해륜(전노민 분)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자 연애 기간 포함 33년을 함께 해온 아내 이시은(전수경 분)에게 "내가 뭐 그렇게 큰 죄를 지었느냐"면서 "내가 예수그리스도, 석가모니 부처도 아닌데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면서 살 수 있겠나. 죽을 때까지 한 여자만 사랑하다 죽을 순 없다"면서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양육권은 아내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가족을 버리면서 새롭게 가정을 꾸리려 했던 여성에게 버림받고 비참한 신세가 됐다. 충격으로 입이 돌아간 상황에서 전 부인이 챙겨주는 밑반찬에 감사해하기는 커녕 그 와중에도 "다음에 올 때 집 된장 몇 숟갈만 갖다 달라"는 뻔뻔함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전 부인과 재결합까지 꿈꾸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게 된다.
본인이 '여자로서는 한 물 갔다'고 평가했던 전 부인이 인물은 물론 몸매까지 출중한 재벌가 2세 미혼남과 재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질투심에 불탄 박해륜은 돌연 "내 아이들은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할 수는 없다"면서 양육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등장인물 중 신유신(지영산 분) 또한 전 부인 사피영(박주미 분)의 연하남과의 재혼 소식에 딸 지아(박서경 분)의 양육권을 되찾겠다고 나섰다. 아이가 자랄 때 밥 한 번 먹여준 적 없는 새파랗게 젊은 남성 밑에서 딸을 키울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혼한 배우자의 재혼이 양육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까.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실제로 전 배우자가 재혼할 경우 재혼한 배우자와 자녀와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많은 이혼 상담과 재판을 진행하면 의뢰인들이 감정이 격앙되어 배우자를 욕하고 흠집 찾기에 혈안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우자의 나쁜 점만 이야기하고 좋은 점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데, 이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녀 앞에서는 상대 배우자에 대해 조심, 또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면서 "부부가 이혼해도 자녀들과의 천륜은 영원하다. 이혼해서도 여전히 아이들의 엄마, 아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방 배우자가 재혼할 경우 재혼한 배우자와 자녀와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또는 이러한 상황을 미리 우려하여 상대방에게 자녀 양육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하여 이러한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자녀에게 엄마와 아빠 모두 필요한 존재이며, 이혼과 함께 어느 한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다른 한쪽도 여전히 자녀의 부모이므로 자녀들의 양육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지속해서 관심을 갖고 자녀를 만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혼 재판의 경우, 자녀 양육권을 가지고 심각하게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녀를 서로 키우려고 하는데, 자녀를 데리고 있는 쪽이 양육권에 유리하다"면서 "그래서 서로 자녀를 데리고 있으려고 하고 양가 부모와 형제들이 손자, 손녀를 두고 서로 뺏고 빼앗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양쪽 집안 간에 감정적인 대립은 극한을 치닫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친권, 양육권이 지정되면 전 배우자가 재혼한다고 해도 그 사유만으로는 친권, 양육권을 변경하는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전 배우자의 재혼배우자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심히 자녀의 복리에 악영향을 주거나 자녀가 강력하게 재혼배우자와 함께 살기를 거부할 경우 친권, 양육권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얼마 전 이혼소송 중 남편이 어린 자녀를 강탈해간 사건이 있었다. 아내는 사정도 하고 부탁도 했지만, 남편은 아내가 자녀를 만나는 것도 거부했다"면서 "남편은 자녀를 키울 생각도 없으면서 재판에서 유리하기 위해 자녀를 데려간 것이었다"고 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측이 자녀친권이나 양육권, 재산분할 등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려 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즉시 자녀 인도와 면접 교섭 사전처분을 신청해 아내가 자녀를 볼 수 있게 했으며,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1심 선고에서 엄마가 자녀의 양육권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남편의 계속된 항소로 즉시 자녀를 데려올 수 없었으며, 2년여가 지나 항소심 선고로 자녀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험난했던 이혼 과정을 전했다.
이어 "명심해야 할 것은 부모의 이혼으로 죄 없는 자녀들이 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라며 "부부는 부득이 이혼을 할 수 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자녀들과의 부모 자식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자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