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기아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기아는 올 1분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 등 공급망 악화로 차량 판매가 줄었으나 우호적 환율 효과와 친환경차 등 고가 차량 판매 비중이 늘어 호실적을 올렸다.

"RV 비중 확대·환율 영향에 수익성 개선"

기아는 1분기 영업이익이 1조606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2% 증가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0.7% 늘어난 18조357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오른 8.8%로 나타났다.

당초 증권가에선 기아의 1분기 영업익을 1조2590억원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수치는 이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은 실제치와 유사한 18조1830억원으로 추산했다.

기아는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전년 대비 6.5% 감소한 12만1664대를, 해외에선 전년 대비 0.7% 증가한 56만4075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0.6% 감소한 68만5739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은 신형 스포티지 신차 효과와 최적 생산 노력에도 반도체 등 일부 부품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쏘렌토·카니발 등 주요 차종 판매 감소로 이어지며 판매량이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해외 시장 역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재고부족 현상이 지속됐다. 하지만 유연한 생산 조정과 선적이 중단된 러시아 권역 판매 물량의 타 권역 전환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 북미·유럽·인도 권역에서 판매고를 올리며 증가세를 보였다.
기아 쏘렌토. <기아 제공>
기아 쏘렌토. <기아 제공>
판매량 감소에도 차종의 등급 및 사양 상향과 다목적차량(RV) 비중 확대에 따른 평균 판매가격 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가 더해져 매출이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원가율은 판매 감소와 재료비 상승 등의 원가부담 요인이 있었지만, 큰 폭의 매출액 증가로 비용상승 분이 희석돼 전년 대비 2.1%포인트 개선된 80.4%를 기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영업익은 개선된 상품성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에 힘입어 차종별 목표 수익률을 상향하고 인센티브를 큰 폭으로 축소하는 등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을 펼친 결과, 역대 최고 수준의 평균 판매가격 상승을 이끌어냈다.

수익성이 높은 RV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오른 6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우호적 환율 효과가 더해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1분기 전기차 판매 148% 증가"

특히 친환경차 판매가 호조를 나타냈다. 기아의 올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11만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75.2% 증가했고,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5.8%를 기록해 전년 대비 6.9%포인트 확대됐다.

유형별로는 △니로·쏘렌토·스포티지 등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5만1025대(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 △니로·씨드·쏘렌토 등을 중심으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만5868대(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 △EV6와 니로 EV 등 전기차 4만3150대(전년 동기 대비 148.9% 증가)로 각각 집계됐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기아 전용 전기차 EV6. <기아 제공>
특히 국내와 서유럽(EU+EFTA) 시장에서는 기존 전기차 대표 모델인 니로 EV의 판매 호조가 이어졌고 EV6 판매까지 더해져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각각 국내 7.6%(지난해 2.7%), 서유럽 16.1%(지난해 10.6%)로 크게 확대됐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 리서치 기관 '자토'에 따르면 기아는 올 2월까지 서유럽 시장에서 총 1만4269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점유율 8.7%를 기록,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부족 지속과 국제 정세 악화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로 일부 생산이 제한되며 도매 판매가 감소했다"면서도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를 확보하고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을 통해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한데다, 우호적 환율 영향이 더해져 매출과 수익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차종별·지역별 유연한 생산조정을 통해 생산차질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만큼 올 2분기에는 부품 수급이 개선되고 성수기 효과가 더해져 판매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분기 친환경차 비중 높여 수익성↑ 전망"

기아는 올 2분기 가시적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가 취해지는 등 올 2분기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서 대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수급 상황도 일부 완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아는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과 연계해 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함으로써 대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전 지역에 걸쳐 강력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부품 공급선 다변화, 가용 재고 및 물류 효율성 극대화 등의 노력으로 대기 수요 해소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기아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장과 관련해서는 EV6 등 주요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호평,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적 전기차 신모델 출시 등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면서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집중해 전기차 수익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