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샤넬이 또 값을 올린다고요? 하루라도 빨리 사야겠네요.”
최근 인기 명품 브랜드 샤넬의 '오픈런' 현상이 다시 불붙었다. 다음달 다시 한 번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다. 전국 주요 샤넬 매장 앞에 오픈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이 연일 장사진을 이루는 중이다.

가격 인상 전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에 오전에 매장을 방문해 대기를 신청해도 당일 입장이 힘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리셀(되팔기) 거래로 수익을 내려는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족들이 인상설을 부추기면서 이같은 '샤넬 대란'이 심해지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백화점 오픈 전부터 샤넬 매장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섰다. 오전 10시30분 개장 두어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던 이모 씨(35)는 “5월 인상설을 듣고 이달 들어 시간 날 때마다 오픈런을 하는 중”이라며 “해외 리셀업자들 사이에선 이미 5월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도 수십명씩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는 “샤넬이 곧 가격을 올릴 것” “하루라도 빨리 구입해야 한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유명 커뮤니티와 명품 브랜드 셀러 등을 통해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이다. 앞서 샤넬은 올 1월 '샤넬 코코핸들'(핸들 장식의 플랩백) 디자인과 소재 등을 일부 변경한 후 기존 501만원(미디움 사이즈 기준)에서 550만원으로 올리는 등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3월에도 샤넬 인기 상품인 클래식 플랩백·보이샤넬 플랩백·2.55백·클래식 체인지갑 등의 가격을 5%가량 올렸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최근 1년새 제품별로 무려 6차례 가격을 올린 것이다. 샤넬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 사이즈는 2012년 611만원에서 현재 1180만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93%)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4.7% 올랐으니 물가보다 6배 이상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샤넬 매장 진열창 모습. /사진=연합뉴스
잦은 가격 인상에 수요까지 넘쳐 나면서 국내 시장에서 샤넬의 실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2238억원, 영업이익 2489억원을 올렸다. 각각 전년 대비 31.6%, 66.9% 급증한 수치다.

최근 리셀 플랫폼 등장으로 가격을 올려 파는 문화가 정착된 터라 명품업계의 가격 인상도 더욱 많아지는 모양새다. 샤넬 가격 인상 전에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백화점 오픈런 현상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명품 리셀업자들은 인상설을 부추기는 분위기. 명품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셀업자들이 이젠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계획 등을 귀띔해 소문이 나게 만든 뒤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을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명품 리셀업자 윤모 씨(41)는 “샤넬은 워낙 가격을 자주 올리다 보니 언제든 인상설이 돌아도 소비자들이 별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없다”면서 “리셀업자들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인상 소문을 퍼뜨린 후 물량을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실제 샤넬이 1년에 4~5차례씩 가격을 올리니까 5월쯤엔 올릴 시기가 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