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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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기업들이 이번주 줄줄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대도시 봉쇄 등으로 이들 기업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IB)들은 일부 빅테크기업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보수적 투자를 권고하기 시작했다.
美 빅테크 실적 시즌…증권가 전망은 '흐림'

美 긴축·中 봉쇄 등 경영여건 악화

26일 미국 증권시장에선 알파벳(구글·GOOGL)과 마이크로소프트(MSFT)를 시작으로 27일 메타(FB), 28일 아마존(AMZN)과 애플(AAPL) 등이 잇달아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예정된 가운데 실적마저 긍정적이지 않으면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어서다. 시장의 기대를 밑돈 실적을 내놓은 넷플릭스는 발표 이튿날(20일) 하루 만에 주가가 35.12%나 빠졌다.

빅테크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지 않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팽창한 수요가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변화하면서 쪼그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을 포함한 빅테크기업은 코로나19 확산 기간에 사회적 거리두기 덕을 톡톡히 봤지만,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각종 물류비용 상승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일부 광고주의 광고비 지출 중단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온라인 소비 여력이 점점 축소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중국 봉쇄로 인한 수요 둔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 공장이 많아 생산이 지연될 수 있고, 봉쇄로 인해 소비도 급감할 수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S&P500 기업 중 20%가량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중 79%가 월가의 기대치를 충족했다. 5년 평균(77%)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서프라이즈율(월가 추정치 평균 대비 실제 실적 상회율)은 지난 5년 평균(8.9%)에 비해 낮은 8.1%를 기록했다. 팩트셋은 “지난해 1분기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높은 실적 증가율을 기록한 까닭에 올 1분기 실적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적 악재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미리 눈높이 낮추는 월가

실적 시즌을 앞두고 월가는 미리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성장 둔화뿐만 아니라 Fed의 긴축으로 인한 주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축소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카우언과 UBS는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4500달러에서 4400달러로, 4625달러에서 4550달러로 각각 낮춰 잡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페이스북의 목표주가를 336달러에서 272달러로, 구글의 목표주가를 3500달러에서 345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웰스파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목표주가를 425달러에서 400달러로 낮췄다. 로젠블랫증권은 “중국 대도시 봉쇄령은 수개월 동안 애플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긴축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또 인플레이션이 경기와 수요를 얼마나 둔화시키는지 등을 확인하고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