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서울시 에이스가 스타트업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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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 실리콘밸리 특파원
“이 서방, 자네 자리(행정고시 출신 4급)에 오고 싶은 사람들 줄을 세우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이어질 것이네. 왜 그런 좋은 자리를 그만두려고 하나?”
이원강 전 서울시 버스정책과장(행시 49회)이 민간으로의 이직을 결심하고 가족에게 알렸을 때 그의 장인(丈人)이 꺼낸 말이다. 이 전 과장은 지난 16일 사표가 수리돼 공직 사회를 떠났다. 그는 미국의 인공지능(AI) 미디어 번역 스타트업 ‘XL8.ai’의 한국 법인장을 맡게 됐다. 화려해 보이지만 혼자 국내 사업을 책임지는 외로운 자리다.
이 전 과장의 이직은 장인의 말처럼 일반인의 눈에선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공직 경력을 살펴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그는 서울시 1번 팀장으로 불리는 기획조정팀장 등 핵심 보직과 청와대·인사혁신처·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파견근무 등을 경험한 에이스 관료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따 놓은 당상’이란 평가도 받았다.
이 전 과장의 직전 보직인 샌프란시스코 영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실리콘밸리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영사 시절 입버릇처럼 “실리콘밸리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 전 과장의 실리콘밸리 산마테오 집에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몰로코 등 실리콘밸리 기업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였다. 한국인 직원들을 만났을 때 바꿔 입거나 선물 받은 것인데 그는 이 옷들을 보물처럼 아꼈다.
이 전 과장은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생태계와 도전 정신을 동경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됐고,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신생 기업을 택한 건 ‘밑바닥부터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 영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이 전 과장의 이직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삼성, LG 등 대기업 대관 담당이나 이름 있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아니라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갈망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진실된 동경 없이는 할 수 없는 도전이다. 이 전 과장은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떠나 이직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며 “조금이라도 젊을 때 성장 가능성이 큰 곳에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선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를 도입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나온다. 딱히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말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이 전 과장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인재가 스타트업으로 갔으면 한다. 그의 도전이 개인적인 차원의 성공을 넘어 한국 사회에 실리콘밸리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
이원강 전 서울시 버스정책과장(행시 49회)이 민간으로의 이직을 결심하고 가족에게 알렸을 때 그의 장인(丈人)이 꺼낸 말이다. 이 전 과장은 지난 16일 사표가 수리돼 공직 사회를 떠났다. 그는 미국의 인공지능(AI) 미디어 번역 스타트업 ‘XL8.ai’의 한국 법인장을 맡게 됐다. 화려해 보이지만 혼자 국내 사업을 책임지는 외로운 자리다.
이 전 과장의 이직은 장인의 말처럼 일반인의 눈에선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공직 경력을 살펴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그는 서울시 1번 팀장으로 불리는 기획조정팀장 등 핵심 보직과 청와대·인사혁신처·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 파견근무 등을 경험한 에이스 관료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따 놓은 당상’이란 평가도 받았다.
"실리콘밸리 닮고 싶다"
대다수가 탐내는 고위 공직을 스스로 걷어찬 이유가 뭘까. 공직 사회에 대한 실망은 아니다. 이 전 과장은 기자가 만나본 어떤 공무원보다 ‘공직자’로서의 자부심이 컸다. 스스로도 “4년을 공부해 행시에 합격했고 공무원은 정체성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이 전 과장의 직전 보직인 샌프란시스코 영사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실리콘밸리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영사 시절 입버릇처럼 “실리콘밸리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 전 과장의 실리콘밸리 산마테오 집에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당시 그가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몰로코 등 실리콘밸리 기업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였다. 한국인 직원들을 만났을 때 바꿔 입거나 선물 받은 것인데 그는 이 옷들을 보물처럼 아꼈다.
이 전 과장은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생태계와 도전 정신을 동경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됐고,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고 한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신생 기업을 택한 건 ‘밑바닥부터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 영향이다.
도전·혁신 문화 이식 계기 돼야
사실 엘리트 관료들의 민간 이직이 이제는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사회 혁신의 주도권이 관(官)에서 민(民)으로 서서히 옮겨가면서 이 전 과장의 많은 행시 선후배들은 대기업, 유명 로펌, 사모펀드(PEF) 등의 명함을 새로 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이 전 과장의 이직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건 삼성, LG 등 대기업 대관 담당이나 이름 있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이 아니라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택했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갈망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진실된 동경 없이는 할 수 없는 도전이다. 이 전 과장은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떠나 이직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며 “조금이라도 젊을 때 성장 가능성이 큰 곳에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곳곳에선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를 도입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나온다. 딱히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말만 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이 전 과장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인재가 스타트업으로 갔으면 한다. 그의 도전이 개인적인 차원의 성공을 넘어 한국 사회에 실리콘밸리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