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한파 기미야 다다시 교수 "尹정부 대일외교 첫 과제는 강제징용 해결"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대일 외교 과제는 딱 하나, 문재인 정부에서 잃은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겁니다.”

기미야 다다시 일본 도쿄대 교수(사진)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양국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대북정책, 미·중 무역전쟁 등에 대해 한·일 두 나라의 공조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일관계사》를 출간한 기미야 교수는 대표적 지한파 학자로 꼽힌다. 도쿄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86~1989년 고려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한국의 민주화 격동기를 겪었다. ‘개발독재’를 연구 주제로 삼아 한국의 경제 개발 정책,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과정을 분석한 게 한·일 외교정책 연구로 이어졌다.

이번 책은 기미야 교수가 35년간의 한국 연구를 총정리한 결과물이다. 올해 2월 ‘오히라 마사요시상’ 특별상을 받았다.

《한일관계사》는 ‘대칭성’을 키워드로 한·일 관계를 분석한다. 일제강점기 등 일본 우위의 비대칭적 한·일 관계는 이후 경제·문화·정치적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변했는데, 양국 정부가 이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기미야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대일 외교에 대해 “일본을 경시하고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을 도울 힘은 더 이상 없을지 몰라도 방해할 수는 있다”며 “이런 인식만 갖고 있었다면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단과 한일청구권협정을 모두 존중하는 타협안을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 전범기업이 한국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를 따르지 않자 한국 법원은 한국 내 자산 매각 명령을 내렸다. 한국으로서는 과거사 바로잡기였지만, 일본은 한국이 ‘모든 과거사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했다’고 합의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깬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문재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를 설득해 북·미 협상만 잘 해내면 일본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서도 ‘사법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만 되풀이했죠. 결과적으로 북·미 협상이 좌절됐는데, 그 요인 중 하나가 아베 신조 정권의 입김이었습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관계 회복 1번 정책으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꼽았다. 기미야 교수는 “일본 정부는 여전히 한국 사법부 판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명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최종심이 확정된 강제징용 소송의 경우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한 뒤 일본 기업들에 청구하는 방법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미야 교수는 이어 “한일청구권협정의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일본 기업들은 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참여를 검토 중인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주도의 안보회의체)에도 강제징용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기미야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일본은 한국의 쿼드 참여에 반대는 하지 않지만 대환영도 아니다”며 “한국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차방정식의 국제 안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한·일 간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