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 1분기 반도체 공급난을 뚫고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다. 부품 수급 불균형으로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대당 판매 가격이 오르고 판촉비는 줄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반도체난 뚫고 '역대급 실적'…현대차·기아 "올해판매 자신"
현대차·기아는 25일 나란히 실적발표회를 열어 올 1분기 성적표를 공개했다. 현대차는 1분기 매출 30조2986억원, 영업이익 1조9289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6%, 16.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014년 2분기 2조872억원 이후 8년(31분기) 만의 최대치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상하이 봉쇄 등으로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9.7%(도매 기준) 감소했다. 그러나 대당 판매 가격(ASP) 상승과 인센티브(판촉비) 감소가 판매량 타격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생산 차질을 겪었지만 차량 구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덕분이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수익 차종 위주로 판매해 판촉비를 줄였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6.4%로 2016년 2분기(7.1%) 후 최고를 경신했다.

기아는 한술 더 떴다.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8.8%로 2012년 2분기(9.8%) 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기아는 “세계 전 지역에서 기아 전 차종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값 받기’ 정책을 펴 평균 판매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선적이 막힌 러시아 판매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하며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다. 공급망 불안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1분기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68만573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호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자용 현대차 전무는 콘퍼런스콜에서 “전쟁과 원자재 공급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대기 물량이 올해까지 지속되며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주요 4개사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이니셔티브’ 가입을 승인받았다고 이날 발표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